성폭행男 혀 깨물어 절단되자 "결혼해라"…'황당 판결' 그 후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 2022.05.02 08:34
/사진=tvN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
'김해 혀 절단 사건'을 통해 성범죄에 관대했던 과거 대한민국의 분위기가 재조명됐다.

지난 1일 tvN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에서는 1964년 발생한 김해 혀 절단 사건이 다뤄졌다.

당시 여성 A씨는 남성 B씨에게 성폭행 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에 A씨는 B씨가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려는 순간 그의 혀를 깨물어 1.5㎝가량을 절단시킨 뒤 현장에서 도망쳤다.

그러나 이후 황당한 일이 연속해서 벌어졌다. 성폭행을 시도한 B씨가 A씨를 찾아와 "혀가 잘린 것도 인연인데 결혼을 하자"라고 제안한 것.

A씨가 이를 거절하고 강간 미수 혐의로 B씨를 고소하자, B씨 역시 자신의 혀가 잘렸다며 A씨를 맞고소했다.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A씨의 행동이 정당방위로 인정됐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를 피의자로 보고 구속 수사를 진행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강간 미수 혐의를 받는 B씨는 구속되지 않고, 성폭행 피해자인 A씨만 구속돼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사진=tvN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
특히 검사는 구속된 A씨에게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결혼하면 다 해결이 되는데 왜 문제를 크게 만드냐"라고 막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줬다.

해당 사연을 소개한 서혜진 변호사는 "당시 강간 피해자와 가해자가 미혼이면 (둘이) 결혼을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쉽게 하던 분위기"라며 "경찰, 검사, 판사, A씨의 변호인까지 결혼 이야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해 혀 절단 사건의 최종 판결은 A씨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B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폭행 피해자인 A씨가 더 높은 형량을 받은 셈이다.

서혜진 변호사는 "이 사건은 법조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지금 봐도 납득하기 어렵고, 당시 기준으로도 잘못된 판결"이라며 "A씨가 이성적 호기심 때문에 B씨를 따라갔을 수 있다, 강제로 키스할 정도였다면 A씨도 책임이 있다 등 황당한 근거를 이야기했다"라고 분노했다.

이후 A씨는 2020년 5월 무려 56년 만에 해당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부산지방법원에서 재심 기각, 항고 기각 등이 이뤄졌다. 현재 재항고가 진행 중으로 아직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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