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아마존·애플 경영진을 긴장하게 한 미국 근로자의 '노동조합 설립' 열풍에 미 항공사 델타항공이 선제 대응 조치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CNBC·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오는 6월 2일부터 자사 승무원에게 '탑승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항공 승무원은 이륙을 위해 비행기 문이 닫힐 때부터 착륙 후 비행기 문이 열릴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한 '비행 수당' 급여로 받는다. 이륙 전과 착륙 후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승무원들이 비행기에 탑승해 일하는 것은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노동'인 셈이다.
그러나 델타항공은 승무원들이 이륙 전과 착륙 후 비행기에 있는 '탑승 시간'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탑승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항공 대기업이 비행 수당 이외 탑승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델타항공이 처음이다.
델타항공은 이날 승무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델타항공의 각 비행이 안전하게 정시에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인식하고 있다"며 탑승 수당 지급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국내 단일 통로 비행기의 탑승 시간을 기존 35분에서 40분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탑승 수당'은 현재 승무원 시급의 절반 수준으로, 지난달에 발표한 연봉인상률 4%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델타항공은 지난 3월 2019년 이후 약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직원들의 연봉을 인상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항공기 크기에 따라 탑승 시간은 다르겠지만, 네로우바디(항공기 내 통로가 하나인 기종)를 기준으로 대략 10달러대의 추가 수당이 지급될 것"이라고 추산했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델타항공 1년 차에서 12년 차 승무원의 탑승 수당이 10.79~30.04달러가 될 것으로 봤다.
외신은 델타항공의 '탑승 수당' 지급이 최근 미국 노동시장에 불고 있는 '노조 결성' 열풍과 관련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델타항공 승무원들이 노조 결정 움직임을 보이며 사측이 이를 막고자 추가 수당이라는 당근책을 미리 제시했다는 것이다.
현재 2만명 이상에 달하는 델타항공 승무원들은 미 항공사 승무원 중 유일한 노조 미가입자들이다. 과거 델타항공 내에서 여러 차례 노조 설립 투표가 진행됐으나 사측의 반대 등으로 모두 부결됐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 최대 승무원 항공승무원협회(AFA)를 중심으로 델타항공 승무원의 노조 설립 추진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 주요 항공사 승무원을 대표하는 AFA는 성명에서 "델타항공의 (탑승 수당 지급) 새로운 정책은 우리 노력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노조 투표가 가까워질수록 경영진이 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여행업계 컨설팅업체인 아트모스피아 리서치 그룹 창업자이자 업계 애널리스트인 헨리 하테펠트는 "근로자들은 자신이 대우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노조 가입에 더 개방적으로 된다"며 델타항공의 '탑승 수당' 지급을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할 사람이 줄어 노동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최근 미국에선 노동환경 개선과 노조 설립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이 늘었다. 이 여파로 스타벅스·아마존·애플 등의 미국 매장에서 노조 설립이 이뤄지며 주요 대기업들의 무노조 경영이 하나둘씩 무너져 기업 내에 노조 공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NLRB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최근 6개월간 접수된 근로자들의 노조 설립 투표 신청 건수는 117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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