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을 인용해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부총리가 쿠릴열도 4개섬에 대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전면 개발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쿠릴열도는 태평양 북서부 캄차카반도와 일본 홋카이도 사이 1300㎞에 걸쳐 있는 열도로 56개 섬들로 이뤄져 있다. 러시아 동부 사할린주에 속해 있는 이 섬들은 태평양과 오호츠크해 를 가르는 구분선이기도 하다.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권 분쟁을 벌여온 곳은 쿠릴열도 남단 이투루프·쿠나시르·시코탄·하보마이 등 4개 섬으로 일본에선 '북방영토 4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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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보고 있나?"…쿠릴열도서 군사훈련, 전면 개발 시사도━
러시아는 지난달 쿠릴열도에서 3000명 이상 병력과 수백대 장비를 동원해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특히 쿠릴열도 이투루푸 섬에 실전 배치된 지대공 미사일 'S-300V4'를 시험 발사해 긴장감을 유발했다. 이 미사일은 반경 400㎞ 이내에 접근하는 전투기와 미사일을 격추 요격하는 강력한 성능을 가진 대공방어 시스템이다. 러시아는 또 해군 구축함·호위함 등 군함 10척을 일본 본토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 쓰가루 해협으로 보내기도 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쿠릴열도 4개 섬을 면세 특구로 지정하는 법안에 전격 서명했다. 이들 4개 섬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에 20년 간 법인세 등을 면제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일본을 견제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다. 러시아가 면세 특구를 설치해도 투자할 외국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법을 바꾼 것은 일본을 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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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불법점거" 일본도 적극대응…양국 갈등 격화 우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이후 줄곧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북방 영토 관련 방침을 계승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지난 2018년 11월 아베 당시 일본 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양국 간 평화조약을 조속히 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가 분쟁이 있는 4개 섬 가운데 2개(시코탄·하보마이)를 일본으로 반환하되, 일본은 국회에서 '고유 영토'라는 표현을 자제하기로 했다. '우리가 주권을 가진 섬' 등 모호하게 표현하는 등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쿠릴열도를 둘러싼 러시아와 일본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51년 4월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옛 소련이 서명하지 않아 러시아와 일본 간에는 평화조약이 없는 상태다. 1956년과 2019년 2개 섬 영토권을 일본에 넘겨주기로 한 협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현재 일본은 4개 섬에 대해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러시아는 전쟁 과정에서 해당 섬들을 모두 점령한 만큼 돌려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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