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성록, 천사와 악마가 얼굴에 공존한 '미래의 송강호'

머니투데이 최재욱 기자 ize 기자 | 2022.04.25 08:00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그냥 길거리에서 지나가면 스쳐지나갈 인상이다. 그러나 카메라만 앞에 들이대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천생배우’다. tvN ‘군검사 도베르만’(극본 윤현호, 연출 이명진, 이하 도베르만)서 ‘미친 존재감’을 발산한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배우 류성록은 이렇게 서서히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다. “왜 박정민 이후 연기파 신인들을 보기 힘들지?‘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류성록‘이란 이름 석자를 외워 두는 게 좋을 듯싶다. 앞으로 류성록이 펼쳐낼 연기세계가 심상치 않을 테니.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궁금증이 일어난다. “도대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애야? " 류성록은 수많은 독립영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다 현재의 소속사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으면서부터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비밀의 숲2’에서 연기한 사기꾼 가짜 목격자 역할로 짧은 분량에도 눈길을 끈 그는 ‘모범택시’에서 살인범의 아들인 교도관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베르만’에서 선한 얼굴로 악마성을 숨긴 금수저 역할로 시청자들을 공분을 산 그는 MBC 주말드라마 ‘내일’에선 전혀 다른 착한 얼굴로 눈물샘을 자극했다.


현재 류성록은 ”오디션만 보내면 다 붙어와 스케줄 정리하기 힘들다“는 소속사 관계자들의 볼멘소리가 괜한 너스레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다. 현재도 영화와 드라마를 동시에 촬영 중이다. 이에 맞춰 선악을 오가며 선굵은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류성록에 대한 궁금증도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이런 바쁜 와중에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성록’은 ”요즘 유명세를 경험하느냐“는 첫 질문에 얼굴이 ‘홍당무’가 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예상을 빗나가는 순수함이다. ‘도베르만’에서도 이런 순한 얼굴 뒤에 악마가 숨어있었으니 쉽게 믿어선 안 된다는 의심이 잠시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 사람 좋은 눈빛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찐'이다.


“아직은 촬영이 바빠 밖을 못 돌아다녀 ‘유명세’라는 걸 경험할 기회가 없었어요. 또 코로나 19 팬데믹 시국이니 밖에 돌아다닐 일도 없고요. 현재도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찍고 있어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느낄 일은 별로 없었어요. 가끔 마트에 술 사러 갔을 때 이름은 모르시고 ‘혹시 어디에 나온 누구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있기는 해요. 알아봐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요즘 달라진 점은 예전과 달리 친구들에게 술 한잔 살 수 있게 됐다는 정도라고 할까요. 무명시절에는 돈이 없어 늘 얻어먹곤 했어요. 그러나 요즘은 친구들에게 배부를 만큼 사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순둥순둥’이란 단어가 사람으로 태어나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직 소년의 느낌이 강한 그는 모든 질문에 어눌한 말투로 최선을 다해 답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배우 인생 첫 인터뷰인 데다 상대가 아버지뻘인 기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와선지 바짝 긴장한 내색이 역력했다. 요즘 유행하는 성격 검사 MBTI에서 ‘INFP’ 열정적인 중재자 형에 맞게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자기신념이 강한 스타일이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실제 성격은 어떨까?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에요. 그러나 나이가 들고 이 일을 시작한 후 많은 경험을 하면서 제 자신이 바뀌어 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제 자신이 어떤지 정확히 규정 내리지는 못하겠어요.(웃음) 많은 분들이 제가 많이 연기한 악역 때문에 오해들을 하시는데 그건 연기일 뿐이에요. (웃음) 제일 비슷한 건 최근 출연한 ‘내일’의 남궁재수 캐릭터가 아닌가 해요. 저와 싱크로율이 제일 높은 것 같아요. 순하고 정이 많은 동네 친구요. 요즘 제가 사기꾼에 범죄자,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들을 주로 연기하다보니 어머니가 많이 속상해하시더라고요. ‘나는 널 정말 귀하게 키웠는데 왜 그런 어두운 역할만 너에게 오느거냐’며 웃으시더라고요.”


고향인 경남 밀양에서 초등학교 때 지역 극단의 연극에 참여하며 연기에 맛을 들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큰 뜻을 품고 서울에 올라왔다. 그러나 문은 처음부터 쉽게 열리지는 않았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컸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로 힘든 시간을 버텼다. 믿고 지지해준 가족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처음에 서울에 올라왔을 때 부모님에게 1년 만에 결과물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걸 지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고향에 내려가지를 못했어요. 그 당시 이거저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죠. 동네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다 된 도시락 먹는 일은 다반사였죠. 아주 힘들 때마다 어머니가 용돈을 보내주셨는데 정말 죄송했어요. 그때마다 꼭 잘 되자고 다짐했죠. 어머니가 요새 일이 좀 잘 풀려 여기저기 얼굴이 나오니 정말 좋아하세요. 포털사이트에 제 기사가 나오면 사진을 찍어 톡으로 보내주시곤 해요. 아버지도 성격이 참 무뚝뚝하신데 가끔 전화하셔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세요. 말은 없으셔도 그 마음을 다 느낄 수 있어요. 두 분에게 걱정을 많이 끼쳐드렸으니 이제 많이 웃게 해드리고 싶어요.”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류성록은 예상과 달리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다. 현장에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 그래서 현장은 그에게 학교이자 집이다.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재산이다. 최근 ‘도베르만’ 촬영장에서 선배 안보현의 프로다움과 따뜻함에 매번 감탄했단다. 그는 수줍게 안보현에게 감동받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둘이 붙는 장면이었는데 선배님이 찍은 거 모니터를 하시곤 조명 때문에 제 연기가 잘 안 보인다며 다시 찍자고 감독님에게 부탁드리시더라고요. 그래서 조명을 저에게 맞게 세팅해 다시 찍을 수 있었어요. 정말 주연배우로서 신경 쓰실 거 많으시는데 저까지 그렇게 배려해주시는 것 보면서 감동했어요. 주연배우는 역시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말로서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이번 드라마 촬영하면서 정말 좋은 선배이자 형을 만난 느낌이에요.”


매 작품 다른 얼굴로 신선함을 선사하는 류성록은 ‘도베르만’의 강렬한 악역 연기 때문에 악역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후문. 그러나 그는 한 자리에 안주할 생각이 별로 없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는 게 그의 지론. 온가족이 볼 수 있는 홈드라마의 막내 아들부터 장르물의 지독한 악역까지. 하얀 도화지 같은 연기자인 류성록이 그려넣을 그림은 무궁무진하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요? 특별한 건 없어요. 그냥 이제까지 한 역할이 아니기만 하면 돼요. 장르도 정해놓은 건 없고요. 이제까지 못해본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똑같은 것 하면 재미없잖아요? 연기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큰 재미인 것 같아요. 뻔하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하는, 늘 궁금증을 생기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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