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공무원, 기업인 등 해당 분야에서 수십년간 경력을 쌓은 이들이 '큰 그림'을 그려가며 길게는 수년간 준비한 범죄를 파헤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확한 증거를 찾아야만 피의자를 법정에 세울 수 있다.
원종철 경위(39)는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가 출범한 후 부동산 투기혐의를 받는 포천시청 공무원 박모씨를 구속시켰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투기 의혹 수사에서 1호로 구속된 사례다. 언론에 '포천시청 공무원 사건'으로 알려진 이 수사는 합수본 출범 29일만에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까지 이어진 '속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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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사태 후 합수본의 첫 구속 사건 담당…포천시청 외곽부터 수사한 이유━
박씨는 철도 노선 계획안을 담당했고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7호선 소흘역 예정지 정보를 취득해 신역사 예정지 근처에 부동산 7필지(2600㎡)와 건물을 사들인 혐의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박씨가 2020년 9월에 40억원(대출 39억원)에 산 땅과 건물은 원 경위가 수사를 개시한 지난해 3월에는 시가가 100억원대로 올라 있었다.
박씨의 혐의를 입증해줄 자료를 관리하거나 증언을 해줄 사람 대부분은 박씨의 수십년 지기 지인들이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시청 과장까지 승진한 박씨는 주변 선후배 관계가 돈독했다. 원 경위는 수사 보안을 위해 포천시가 아닌 경기도청 담당자들과 접촉해 박씨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했다.
포천시청 밖에서 증거를 확보한 원 경위는 신속하게 포천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결과 박씨가 자신의 업무용 PC를 포맷하고 휴대폰을 교체한 사실을 파악했다. 원 경위가 수사 시작 지점을 포천시청으로 택했다면 사라진 증거 앞에서 수사가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바탕으로 경찰은 박씨를 구속했다. 자신이 결재한 철도 사업관련 서류 앞에서도 박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씨는 지난 7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박씨가 얻은 부동산 투기 수익 몰수를 결정했다.
박씨는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고 항소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원 경위는 "반부패 범죄의 경우 거의 모든 피의자가 끝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없거나 국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진술이나 증거의 모순점을 명확히 찾아내 입증하지 않으면 영원히 묻힐 사건들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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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에 대기업 계열사 '통행료' 사건도 담당…"경찰도 축적된 수사 노하우 있다"━
시작은 흔한 건설업체간 대금 미지급 사건에서 얻은 첩보였다. 공사대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하던 중 관계자로부터 ㄱ산업 임원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
원 경위는 방산비리 납품 수사 사건에서도 성과를 냈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잇따른 핵실험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우리군의 심리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이 사업의 입찰 과정에 비리가 있다는 첩보가 2017년 경찰에 제보됐다.
원 경위는 수사 끝에 음양기기 제조업체 M사 대표인 조모씨를 2015년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브로커를 통해 대북 확성기 사업 입찰 정보를 빼내 166억원대 계약을 따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력 10년차인 원 경위의 꿈은 '명품 수사관'이다. 원 경위는 "경찰도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수사 노하우와 기법을 축적해왔다"며 "그간의 수사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척결 수사에 일조해 더욱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공감받는 경찰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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