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닥에 엎드려 '지하철 시위'…고성·몸싸움 번진 3호선 출근길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2.04.22 10:28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22일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승강장에서 오체투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권리 예산 등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답변을 촉구하며 이틀째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갔다. 전장연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약속이 이뤄지면 다음주부터 지하철 탑승시위는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22일 오전 8시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권리 예산을 위한 '제28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운동과 '제18차 삭발 투쟁'을 계속하겠다"며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장애인평생교육법'이 4월 임시국회에서 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를 비판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에 대해 "당장 정치적 책임을 통감하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도 장애인 권리 예산과 법안 등을 당장 국회에서 처리하고 입장을 밝혀달라"며 "전장연을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해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을 다해달라"고 했다.

이어 "다음달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약속과 여야 합의에 의한 증인 채택이 이뤄지면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2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멈추도록 하겠다"며 "주말에는 추 내정자의 자택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앞서 종로구민 박모씨가 나서서 전장연 측에 출근길의 불편을 야기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박 대표는 "어제도 (시위를) 시작하기 전에 무거운 마음으로 사과드렸다"며 "저희에 대한 비난과 욕설을 수용한다. 그럼에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특히 정치권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계속 지하철을 타겠다"고 했다.

22일 오전 9시쯤 전장연 회원들이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박수현 기자
전장연 회원들은 이날 오전 3호선 경복궁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시위에 앞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날 삭발에 참여한 김성엽 가치이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국가가 장애인들에게 헌법에서 말하는 기본권을 지켜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장연 회원들은 이날 오전 9시5분쯤 경복궁역에서 3호선 오금행 열차에 탑승해 바닥을 기는 '오체투지'(바닥에 엎드려 온몸을 완전히 땅에 붙여 절하는 것)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이 열차 안으로 진입하려는 전장연 회원들을 막으면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장연 회원들은 "지하철을 막는 게 아니라 타는 건데 왜 막나", "우리가 권리를 외치는데 경찰은 지하철을 타지도 못하게 한다"고 항의했다. 열차가 지연되고 사람들이 몰리자 지하철에 탄 일부 시민들은 "서민들이 타는 지하철에서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오전 8시부터 전장연의 지하철 타기 선전전이 예정돼 있다"며 "해당 시간 3호선 열차 운행이 상당시간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장연 회원들과 서울교통공사 측의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지하철이 약 5분 정도 운행이 지연됐지만 이후에 정상 운행됐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예산 보장, 장애인 돌봄서비스 확대, 장애인 노동 교육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 일대에서 출퇴근길 시위를 벌였다. 이후 지난달 30일부터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린다며 휠체어를 타고 출근길 지하철에 탑승하는 시위를 잠정 중단했다가 전날(21일)부터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전날부터 인수위가 내놓은 장애인 권리 보장 정책이 추상적이라고 비판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를 밝혔다. 전장연은인수위가 발표한 장애인 정책에서 전장연 핵심 요구 내용인 장애인권리 예산 보장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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