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악의 축' 결성한 북·중·러…20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2.04.18 12:53

2002년 '악의 축'으로 불린 북한·이란·이라크…
20년 뒤 새롭게 합류한 러·중, 北 여전히 남아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조선중앙통신, AP/뉴시스, AFP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 가장 파괴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 같지만, 아니다. 지난 2002년 1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의회 연두교서에서 한 말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를 판매하는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명시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악의 축' 3개국을 옭아맸다. 2003년에는 미국이 테러집단으로 지목한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는 모습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동아시아는 초긴장 상태가 됐다. 이라크 다음 표적으로 북한이 유력하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사진=AFP


러의 우크라 침공은 '국가 테러리즘'…민간인 학살에 전 세계 경악


2022년 국제사회에 새로운 '악의 축'이 결성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한 정권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20년 전과 달라진 건 미국의 압박과 국제사회 제재로 힘 빠진 이란과 이라크가 퇴장한 대신 반미 정서로 똘똘 뭉친 러시아와 중국이 합류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2년과 2022년 '악의 축' 교집합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초토화 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사진=로이터
우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결정은 국가 테러리즘과 일치한다고 봤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의 평화로운 일상은 무너졌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국경을 넘어 이웃 나라로 피난한 우크라이나 국민은 46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잔혹한 공세에 정든 집과 직장을 등지고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최근엔 러시아군의 민간인 수천명을 집단 학살한 정황이 드러나 국제사회를 경악게 했다. 우크라이나 부차, 보로댠카, 호스토멜, 이르핀 등 러시아군이 지나간 지역에선 살해·고문·성폭행 등 흔적이 발견됐다. 손발이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을 맞거나 성폭행 당한 뒤 불에 태워진 시신들이 길거리에 쌓였다.

우크라이나가 기간시설 파괴 등으로 입은 물리적 피해는 이달 1일 기준 8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도로·교량·항만·철도 등 피해만 단순 합산해도 2020년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 190조원의 절반에 달한다는 추산치를 내놨다. 여기에 경제적 손실(기회비용), 농축산물 파괴, 노동력 감축 등 피해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는 700조원을 넘어선다. 이는 우크라이나 연간 GDP의 3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AP=뉴시스


中 때문에 대러 제재 반감…北 핵·미사일 도발도 골치


장준 유엔 주재 중국 대사/사진=AFP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채 은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의 러시아 규탄·우크라이나에서 즉각 철군 등 결의안에 중국은 기권표 또는 반대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러시아 편에 섰다. 러시아의 돈 줄인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수입하는 행위도 지속하고 있다.

세계 각 국이 엇갈리는 이해 관계 속에서도 서둘러 러시아에 타격을 줄 경제제재에 나섰지만 중국 때문에 그 효과가 반감됐다는 해석도 있다. 특히 초강력 규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퇴출 조치에 따른 러시아 경제 타격 속도가 중국과의 위안화 결제망 교류 등으로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게 된 러시아가 중국과 교역에 더 의존하게 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이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의 중국'을 앞세워 대만을 군사 위협하는 중국의 행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궤를 같이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사진=로이터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국제사회 '악의 축'으로 꼽히는 북한은 올 들어서만 이미 13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핵실험을 재개한 정황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지난 2018년 스스로 폭파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복구하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선 야간 빛의 양이 급증하는 등 중단했던 핵 개발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나왔다.

북한은 러시아에 불리한 유엔 결의안에 모두 반대표를 행사하는 등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핵 도발을 저지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때마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방어해 준 데 대한 보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1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본훈련에 해당하는 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CCPT)을 하루 앞두고 감행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4일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올해 들어 13번째 무력 시위다. 2022.4.17/뉴스1


바이든 '억지력' 전략 실패…부시와 달랐던 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뉴시스
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평화의 시기를 보냈던 국제사회가 최근 다시 흔들리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 실패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20년 전 '악의 축'으로 꼽힌 이란과 이라크,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공격받을 두려움에 휩싸여 스스로 억지력을 발동했는데 최근 러시아와 중국, 북한으로부터는 억지력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억지력은 한쪽이 공격하려고 해도 상대편 반격이 두려워 공격하지 못하는 힘을 말한다. 억지력이 발동하면 적 스스로가 싸움이 불합리하고 비생산적이라고 깨닫는다. 실제로 북한은 20년 전 부시의 경고를 받고 겁을 먹었다. 핵 개발은 물론 미사일 도발도 멈췄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군 파병은 없다"며 수차례 선을 그었다. 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푸틴의 용기를 북돋은 최악의 실수라는 평가도 있다. 억지력의 본질은 전략과 전술로부터 비밀을 지키는 것이다. 3차 세계대전을 막겠다면 미군의 개입 옵션을 미리 공개할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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