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연봉 9600만원? 배달원 할란다" 中대졸자는 지금…[김지산의 '군맹무中']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 2022.04.16 06:06

편집자주 |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중국 완성차 조립라인/사진=스줴중궈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정치협상회의)가 열리던 지난 3월5일, 장싱하이 전인대 대표 겸 샤오캉그룹 회장은 "젊은이들이 음식 배달원 대신 산업 노동자가 되도록 장려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들끓었다. 순식간에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장 회장 말에 공감한 이는 거의 없고 분노한 이들이 넘쳤다. 이날 장 회장 발언을 더 보자.

"젊은층이 택배, 음식배달, 전자상거래, 라이브방송으로 몰리는 반면, 공장에서 일하길 꺼려 제조업 인력난이 심각하다. 이는 제조업 연봉이 낮은 데다가, 청년들의 삶의 질과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고방식도 자유로워 공장에서 근무하길 꺼리기 때문이다."

그는 현상(공장 기피, 배달 선호)과 원인(교육 수준에 비해 낮은 연봉, 자유로운 사고)을 모두 짚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라이더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젊을 때 반짝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장이 변하고 나이가 들면 문제가 생길 거다."

이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등장한다. "사회 각계가 함께 노력해 젊은이들이 노동자가 되도록 장려하자."

기(원인) 승(현상) 전(미래)까지는 좋았는데 결(아무튼 공장에 보내자)이 문제였다. 젊은이들은 '원인을 해소할 생각은 안 하고 제도적 장치를 동원해 노동력을 착취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이달 14일 중국 한 비즈니스 관련 블로그에 "젊은이들을 공장에 보내기 전에 오줌이나 제 때 쌀 수 있게 하라"는 제목의 글이 등장했다. 블로거는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일하다 화장실도 못가고 △임금은 오르지 않는 데다 △승진은 꿈도 못꾼다는 세 가지를 들었다.

제목의 '오줌...'은 컨베이어 벨트 제조 현장에서 노동자 한 사람이 잠시라도 이탈하면 라인이 멈춰서는 현실에서 오줌을 참아가며 단순 노동을 할 대졸자가 어디있겠냐는 저항의 표시다.

글에 등장하는 샤오우라는 허베이성 젊은이는 "공장이 마치 군대 같다. 출근하면 회의하고 구호 외치고 정오에는 식사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데다 업무 시간에는 스마트폰은커녕 대화도 못하고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에 한 번 가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불평했다.

그는 파트타임 경비원을 한 적이 있는데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 들키자 사내 공지를 통해 단단히 망신을 당했다고도 했다.

공장 근로자를 구할 수가 없어 사장이 모든 일을 처리한다는 글과 사진/사진=웨이보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컨베이어 벨트 작업장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을 부정하고 업무 시간에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당연한' 제약에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핀잔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임금 부분에서 이르러서는 반박하기가 어려워진다. 직장인들의 커리어 관리 및 직장 정보 커뮤니티 '즈펑즈예취안'에 따르면 유명 완성차 메이커 창안치처 평균 월급은 4814위안(약 93만원), 창청치처는 5439위안(약 105만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116만~1260만원이다.


한국과 중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을 기준으로 해당 산업군 임금 실태를 살펴보자. 한국과 중국은 각각 3만5168달러(약 4323만원), 1만2551달러(약 1543만원)였다. 한국이 2.8배 높다.

한국 대표 자동차 메이커 현대자동차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현대차 직원 1인당 평균 9600만원을 받았다. 앞서 예로 든 중국의 두 자동차 메이커보다 6.2~8.6배 높다. 물론 현대차 직원 평균 근속 연수가 18.3년에 이른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무리다. 그러나 아무리 양보해도 두 나라 사이 제조업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 차이가 극심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비슷한 사양이면 중국 자동차 가격은 한국산에 비해 불과 30%정도 싸다. 중국 젊은이들이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고 있다며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심지어 자동차 공장 직원 월급이 음식 배달원과 비슷하거나 낮다. 중국에서 음식 배달원 월 평균 소득은 3000~5000위안 정도다. 자동차 생산라인 근로자와 차이가 미미하다. 그러나 만족도는 천지 차이다. 배달원들은 휴식 시간을 스스로 결정한다. 식당으로부터 배달원 콜이 와도 일하기 싫으면 받지 않으면 된다. 작정하고 하루 11시간 이상 주문을 받으면 월 9000~1만위안 수입도 가능하다. 이제 막 입사한 전문 엔지니어 수준이다.

메이퇀 음식 배달원/사진=바이두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가 음식 배달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웠다. 지난 2년간 58만명이 배달원이 됐는데 이중 40%가 제조업 종사자들이었다. 장싱하이 회장은 '음식 배달 플랫폼들이 제조업 근로자들을 뺏어갔다'는 식으로 화를 내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학력자들도 음식 배달원이 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이 발간한 2020년 배달원 고용 보고서를 보면 배달원 24.7%가 대졸자들이었다.

지난해 중국 신규 대졸자는 909만명이었다. 올해는 1000만명이 넘는다. 졸업생 10명 중 8명은 취업 시장에서 200대 1 경쟁률에 뛰어든다. 대부분은 화이트 컬러(사무직)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력난이 심각한 100대 직업군'에서 43개가 '생산·제조업종'이었다. 한 쪽은 취업난, 다른 한 쪽은 구인난을 호소한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 부상하게 된 건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가성비 높은 제품의 대량 생산이었다. 중국의 첨단 산업은 상당한 수준에 올랐지만 성장 동력은 여전히 가성비를 앞세운 제조업이다. 그러나 공장 근로자들이 처우개선에 눈을 뜨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까지의 성장 모델을 얼마나 더 고수할 있을까. 중국의 해법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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