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둔촌주공 건설중단…조합원 "분담금·이자 걱정" 한숨

머니투데이 조성준 기자 | 2022.04.15 15:29
15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위부 가림막에 시공사업단이 건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2020년 2월 공사 첫 삽을 뜬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이 2년2개월만에 멈췄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득을 보는 사람은 공사비를 빌려 준 금융기관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사중단 여파에 대한 우려가 높다.

15일 오전 8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주변. 약 3주 전 기자가 찾았을 때만해도 대형 트럭이 드나들고 공사 소음으로 가득했던 공사장 주변은 적막만 흘렀다.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고 외부 가림막과 공사가 멈춘 아파트 외벽에는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빨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공사장 출입문 근처에는 일자리를 뺏긴 공사 인부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라도 만나 일자리 회복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 매일 공사 중단 반대 시위를 해왔다.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의 갈등에 3000여명의 인부들은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났다.

시공사업단은 지난 3월14일 조합 뿐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공사중단 가능성을 통보했다. 다른 사업 현장에 재배치 등 사후 조치는 없었다. 시공사업단은 공사중단의 책임이 조합에 있기 때문에 공사 인부들의 생계문제도 시공사업단의 책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15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시공사업단의 '유치권 행사중' 현수막이 공사중인 아파트 외벽에도 걸려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이 상황이 안타까운 건 내년 8월 입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6000여명의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만난 60대 조합원 A씨는 "6년째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중단돼버리면 입주가 또 늦춰질 것 아니냐"라며 걱정했다. 무엇보다 활발하게 경쟁활동을 하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 인상 뿐 아니라 추가 분담금, 대출이자 등 늘어날 금융비용에 대한 걱정이 컸다.

조합원 B씨는 "'유치권 행사중' 현수막을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시공사업단이 시공사로 선정되기 전에는 좋은 조건을 내걸고 정말 좋은 집을 잘 짓겠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이렇게 중단했다"면서 "시공 계약 후 공사가 진행될 수록 시공사가 주인이 됐다"며 속상해했다.


조합원 C씨는 "시공사업단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하는데 계약상으로 가능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조합이나 시공사 모두 누가 잘했냐 잘못했냐를 따지기 전에 조합원, 그리고 일반분양 기다리는 시민들을 생각해서 협상을 잘했어야 했다"면서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15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조성준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은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일반분양 4786가구)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재건축 사업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2020년 2월 착공했으며 시공사업단이 밝힌 현재 공정률은 52%에 달한다.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에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2020년 6월에 맺은 공사비 증액 계약이다. 당시 둔춘주공 조합장은 공사비를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늘리기로 계약했다. 2개월 뒤 조합장은 해임됐고 새로 출범한 현 집행부는 계약의 법적·절차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사비를 새롭게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해당 계약이 총회 의결을 통해 맺어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사비도 3조2294억원을 기준으로 추가 증액을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강동구청까지 나섰지만 무산됐다. 이후 시공사업단은 "지난 2년 동안 공사비 1조7000억원 중 한푼도 받지 못했다"면서 공사중단을 선언했다. 둔촌주공 조합은 계약해지로 맞서고 있다. 지난 13일 대의원회의 의결을 통해 10일 이상 공사를 중단할 경우 총회를 열고 공사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총회에서는 논란의 중심인 2019년 12월 7일 총회서 체결한 공사비 계약 변경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서면 결의서를 포함해 참석 인원 4822명 중 4558명(찬성률 94.5%)이 찬성했다. 양측 갈등의 핵심이 됐던 계약을 조합 측에서 무효화하면서 둔촌주공 재건축 갈등은 장기 표류할 전망이다. 시공사 계약 해지와 이후 책임 소재, 공사비 지급 공방 등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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