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못 맡고 깜빡깜빡해…코로나, 머릿속까지 헤집어 놨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2.04.14 12:44

국내에서도 확진자 후유증 추적조사 시작

사진=뉴스1
'후각 상실,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코로나19 확진자들이 회복 후 호소하는 후유증들이다. 대부분 1~2주 사이 이 같은 증상이 사라지지만,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롱 코비드(Long Covid)' 경험자들도 꽤 있다. 후각과 집중력, 기억력을 관장하는 인체 기관은 '뇌'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뇌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동안 있었다. 이 같은 우려가 차츰 '불편한 사실'에 가까워지는 양상이다. 코로나19가 뇌를 타격한다는 연구 사례가 하나 둘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팀은 2020년 4월부터 2021년 9월 사이 사망한 코로나19 환자 23명을 부검한 결과, 후각이 상실된 사람들의 뇌에서 손상의 증거를 발견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JAMA)가 공식 발간하는 신경학분야 저명 학술지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에 지난 11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진자 23명과 대조군 14명을 부검해 뇌 기저부의 후각 조직 퇴행 정도와 후각 손실, 미세혈관병증 중증도를 분석했다. 확진자는 대조군보다 축색돌기(신경세포 흥분을 전달하는 돌기) 손상이 60% 더 심했다. 미세혈관 손상도 역시 36% 높았다. 미세혈관병증 점수는 1.907로 대조군 1.405보다 높았다.

이 같은 손상은 후각 손실을 경험했던 확진자에서 더 두드려졌다. 축색돌기 병리 점수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높았고 미세혈관 손상 정도도 더 컸다. 연구팀은 후각 조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된 환자는 3명에 불과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바이러스가 후각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기보다 감염으로 유발된 염증이 뉴런을 손상시키고 축삭돌기 수를 줄여 후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앞서 옥스포드대 연구팀도 코로나19 확진자 401명과 대조군 384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비교한 결과, 확진자들의 뇌 회백질이 감소하고 뇌의 노화 현상도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뇌 신경세포 대부분은 회백질에 분포해 있기 때문에 해당 연구결과는 주목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회백질이 대조군 보다 0.2~2% 더 많이 감소했다. 확진자들의 뇌에서는 냄새 및 기억과 관련된 영역인 안와전두피질과 해마곁이랑의 회백질 두께가 얇아지는 등 변화가 있었다. 후각피질 영역의 손상과 뇌 크기의 전반적 감소 경향 등도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뇌를 타격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스탠포드 대학 신경과학자 미셸 몬제 박사 연구팀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겪은 확진자의 뇌에서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다.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후유증인 이른바 '브레인 포그(Brain fog)' 증상이 독한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사람이 겪는 인지장애 현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

국내에서도 확진자 후유증에 대한 추적 조사가 시작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확진자 약 1000명에 대해 3개월 간격으로 2차례 후유증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중간 결과는 올해 하반기 나올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후유증 관련 연구는 주로 기저질환자나 중환자,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기저질환이 없는 60세 미만 확진자도 포함된다.

앞서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의료원과 함께 실시한 후유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로감, 호흡곤란, 건망증, 수면장애, 기분장애 등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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