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대통령과 메멘토 모리

머니투데이 송정렬 디지털뉴스부장 겸 콘텐츠총괄 | 2022.04.13 05:30

[송정열의 Echo]

#"새 나라를 건설하는데 새로운 정부가 절대 필요하지만 새 정신이 아니고는 결코 될 수 없는 일입니다."

1948년 7월24일 당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된 서울 세종로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광장.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첫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다.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승만은 취임사를 통해 단순히 해방에 따른 국가 수립을 넘어 새 시대에 맞는 새 정신으로 무장한 국가를 건설하자는 목표와 비전을 제시했다. 독립국가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첫발을 떼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초대 이승만 이후 지금껏 11명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3년 말 취임사에서 가난한 국가의 경제·사회적 근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민족자립을 위한 경제개발 5개년계획 추진을 중대한 국가적 과제로 제시했다. 1998년 초 6·25 이후 최대 국란이라던 외환위기 상황에서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적 국난을 극복하고 경제를 재도약시키는 일을 새로운 정부의 최대 당면과제로 꼽았다. 또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취임사는 당대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담는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자신이 세운 국정목표와 원칙을 밝힘으로써 어떤 모습의 국가를 만들어갈지를 국민에게 제시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에도 고심하며 정성껏 취임사를 준비한 이유다.

#5년 전인 2017년 5월10일, "이게 나라냐"고 분노하며 거리에서 촛불을 치켜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취임사를 다시금 찬찬히 읽어본다면 문 대통령은 과연 어떤 감회가 들까. 아마도 만족보다 아쉬움과 후회가 클 것이다. 문 대통령을 뽑은 그 국민이 올해 대선에선 불과 5년 만의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기대한 국민, 특히 젊은 세대는 문정부의 핵심 세력인 진보진영의 '내로남불'에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특히 내 편의 특권과 반칙에는 철저히 눈 감고 외면하며 반성을 모르는 그들의 뻔뻔함에 많은 지지자도 등을 돌렸다.

물론 대통령의 성공 여부가 대선 결과만으로 판가름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윤석열 당선인이 다음달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국민의 뜻을 받들고 공정과 상식, 정의와 법치, 통합과 화해라는 철학으로 국가를 운영한다는 내용의 취임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역사를 장식할 또 하나의 대통령 취임사를 준비하면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역대 대통령 취임사에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역사는 말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서만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고대 로마 시대 개선장군은 황금 왕관을 쓰고 네 필의 말이 끄는 전차에 올라 로마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로마 시내 개선문을 통과했다. 이때 전차에 같이 탄 노예는 장군에게 "메멘토 모리"(Mo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를 계속 속삭였다. 승리에 우쭐해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지라는 경고다.

뇌과학자 정재승 KAIST 교수는 '메멘토 모리'를 두려움 없는 의사결정을 위한 전략이자 원칙으로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내가 눈감을 때 무슨 후회가 들까'를 생각해보면 절실함, 혹은 진정성이 커질 것이고 이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천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화려한 말과 거창한 약속들로 채운 하루짜리 취임사가 아니라 임기 내내 실천으로 써내려갈 5년짜리 취임사를 준비하길 기대해본다. 그래야 대통령은 성공하고, 국민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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