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자가 30만~40만 명 나오던 시기에도 서류상 재택근무하던 팀원 전원이 '풀출근' 했습니다."
12일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일상회복 움직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점을 찍었던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기업 사이에서 대면 근무를 재개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업계는 이미 대부분 출근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에 수요 폭증으로 인한 생산라인 차질을 막아야 하는데다 보안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업계는 최근 잇따라 방역지침을 완화하며 일상 회복에 나섰다. 지난 11일부터 대면 회의와 국내외 출장을 재개한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정부 방역지침에 맞춰 회식을 허용하고 299명 이내의 범위에서 사내 행사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등 기본 방역지침은 유지되지만 부서장 재량에 따라 최대 50%선에서 재택근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LG전자와 SK, DB 등 주요 기업도 정부 방역지침 완화에 발맞춰 사내 방역 지침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50만명을 웃돌던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은 뒤 완화되고 있어 업무 효율성을 고려한 조치다. 반도체 업종이 갖는 보안 문제도 걱정거리다. 지난달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부 직원이 재택근무 중 대량의 기밀문서에 접근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재택근무가 확대되던 당시에도 현장 출근이 기본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필수인력 중 일부라도 재택근무로 빠지게 되면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잠시라도 중단되면 고가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전량 폐기하고 생산에 필요한 수치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엔데믹 이후에도 수급난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당분간 이같은 상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의 기술기업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부품 부족과 중국 주요도시 봉쇄, 우크라 사태로 반도체 공급난이 202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류상으로는 재택 비율이 30~50%선에서 유지됐으나 실제로는 고위험군을 제외하고 모두 출근했다"라며 "발주는 끊임없이 밀려오는데 팀원 중 확진자도 늘어 도저히 집에서 근무하겠다고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올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는 변수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올 가을·겨울 미국을 중심으로 '스텔스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타 부서와의 형평성 문제를 감안한 일부 'MZ세대' 직원들의 반발 문제도 있다.
반도체 공장은 대체인력을 확보하고 비상대응체계를 갖추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확진자 발생시 즉각 출근을 중단하고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등 생산라인 가동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초기부터 업무효율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온데다가 기밀 유출 우려도 심각하다"라며 "재확산이 일어나도 출근을 기본으로 하되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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