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의 적' 마주한 윤석열 정부[광화문]

머니투데이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 2022.04.11 05:50
"눈앞의 경제논리를 이유로 국가균형발전을 외면한 이번 결정은 정부가 유지해 온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고, 균형발전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다."

2019년 2월 22일, 경북 구미시가 발칵 뒤집혔다. 전날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입해 조성할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투자 의향서를 경기도 용인시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장세용 구미시장은 "민관이 합심해 유치활동에 전력을 기울였으나 거대한 수도권 카르텔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구미시청의 한 직원도 "지역 경제는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데 그냥 암담한 상황"이라며 "한마디로 패닉 상태"라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구미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청와대와 정부, 국회 등을 잇따라 찾았고, 시민들도 SK 본사방문과 아이스버킷 챌린저 운동, 청와대 국민청원 활동, 손편지 쓰기, 42만개 종이학 접기운동 등을 진행했다. 지역 상공계도 유치 성명서 발표와 시민 서명운동 등을 통해 힘을 보탰다.

하지만 처음부터 SK하이닉스 선택지엔 구미는 없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용인을 둘러싼 경기도 남부는 SK하이닉스(이천), 삼성전자(기흥·화성·평택) 등 국내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 시설은 물론 관련 장비·소재·부품업체 대부분이 밀집해있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태계 구축에 최적지다. 무엇보다 기술력이 생존을 결정하는 산업 특성상 핵심인재를 확보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란 게 SK하이닉스의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 "반도체는 기술력과 적기투자, 우수인재가 핵심 경쟁요소"라고 강조한 뒤 "인텔이나 마이크론, 도시바도 반도체 석학을 유치하기 위해 대도시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며 "용인이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의 마지노선으로 지방으로 내려가면 우수 인재 유치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측도 이미 삼성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평택 이남엔 공장을 세우지 않겠다며 사실상 부지 선정 초기부터 입지의 남방한계선을 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머니투데이가 최근 우리나라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는(Divide) 괴물(Leviathan)과 같은 존재들을 균형발전의 적인 '디바이어던(Diviathan·Divide+Leviathan)'으로 규정한 뒤 이를 연속으로 짚어보는 기획에서도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5월 지정한 40개 대기업집단의 소속회사 1742개의 본사 위치를 위·경도로 변환한 결과 평균 위·경도가 가르키는 곳은 경기 안성시 조일리로 나타났다. 위도상으로 북위 37도4분29.87초에 해당되는 이곳은 경기도 용인의 남쪽 끝자락을 횡으로 가로지른다. 평균의 함정이 있긴 하지만 기업들이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남방한계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통설이 머니투데이 전수 조사를 통해 입증된 셈이다.

해법은 과감한 지역육성책을 통한 균형발전의 실현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집중된 수도권에 청년들이 몰리는 과정에서 인구가 줄면서 지방이 소멸돼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기업들이 남방한계선을 넘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확고한 균형발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 때 제정된 '혁신도시법'에 따라 시행중인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의무제'가 한 사례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의 미래를 짜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역발전특별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공정한 접근성, 재정 권한 강화, 지역 특화 산업 결정 이 3가지를 균형발전의 기본이라 생각해왔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 살든 같은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한 윤 당선인의 약속이 이번엔 꼭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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