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과 '원소주' 만든 '술 덕후'…"3초 매진 비결? 초록병 소주와 달라"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2.04.10 08:00

[찐터뷰 : ZZINTERVIEW]11-④김희준 원스피리츠 프로젝트매니저

편집자주 |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김희준 원스피리츠 PM(프로젝트매니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덕업일치.'

'덕질'을 하는 것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신조어다.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상황. 하지만 막상 겪게 되면 힘든 상황. 내가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설렁설렁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셀프혹사'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지난달 31일 '찐터뷰'가 서울 강남의 위워크 디자이너클럽에서 인터뷰한 원스피리츠의 김희준 프로젝트매니저(PM, 39세)의 상황이 딱 이랬다. 김 PM은 '술플루언서(술+인플루언서)'를 자처할 정도로 술에 진심인 사람으로,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 런칭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날이 마침 '원소주'가 온라인 판매를 개시한 날이었다. 3초 만에 매진. 사태 수습에 정신이 없던 그는 초췌해진 모습으로 '찐터뷰'와 만났다. 그리고 "꿈을 이뤘다"는 말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 '술플루언서'를 자처한다.
▷"나는 술에 진심이다. 술을 무리하게 먹진 않는다. 음식과 맞춰서 술을 마시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증류식 소주나 위스키, 이런 증류주를 좋아한다."

- 꿈을 이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2019년에 스코틀랜드 위스키 양조장 투어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증류주의 마법같은 모습들을 봤다. 너무 매력적이었다. 증류주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만의 술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 그때부터 소주를 염두에 둔 것인가.
▷"그때 주종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막연했다. 그런데 제일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위스키 투어를 같이 갔던 분 중에 한 분이 '감홍로'라는 우리나라의 정말 좋은 술을 들고 왔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 그래서 내가 나중에 우리 술을 만들어서 스코틀랜드로 가지고 오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 왜 그런 결심까지 하게 됐나.
▷"사실 좀 부끄러웠던 것 같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정말 많은 자신들의 위스키를 압도적으로 자랑을 했는데, 그들은 우리 술을 전혀 몰랐다. 소주도 녹색병(희석식)만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증류주 계열을 만들어봐야지, 이런 생각을 했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우연이 아니다. 김 PM은 사회에 나온 후 방송국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디저트 프랜차이즈를 창업해보기도 했으며, 쇼호스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왔고, 인플루언서로 '술'과 관련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손에 놓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 중 한 명이 "소주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던 가수 박재범에게 김 PM을 소개시켜줬다.

(서울=뉴스1) = 힙합 아티스트 박재범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지하1층 '원소주(WON SOJU)' 팝업스토어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3일까지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서 힙합 아티스트 박재범이 론칭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의 팝업스토어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현대백화점 제공) 2022.2.25/뉴스1
두 사람은 곧바로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원스피리츠의 대표인 박재범이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면, 프로젝트의 전권을 받은 김 PM이 그에 맞춰 일을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실제 박재범은 "그냥 깨끗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 술이었으면 좋겠다. 원재료에 충실하고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원소주'의 방향을 잡았다. 김 PM은 그런 콘셉트에 맞는 증류식 소주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한 전통주 박람회에서는 200개가 넘는 술을 1시간30분만에 조금씩 다 맛봤을 정도였다고. 김 PM은 당시 경험에 대해 "세상이 예뻐보이더라"라고 농담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충북 충주의 '고헌정'이라는 양조장을 '원소주'의 협업 상대로 선정했다. 치열한 여과 과정을 거쳐 박재범이 말한 '깨끗한 맛'의 증류식 소주를 뽑아내는 곳이었다. 이 소주에 '옹기 숙성'의 과정을 더했다. 부드러움과 밸런스, 그리고 약간의 단맛이 '옹기 숙성' 이후 나왔다. 김 PM은 "박재범 대표도 '옹기 숙성'을 보고 완전 꽂혔었다. 우리 소주가 세계로 나갔을 때 뭔가 특색이 있다라는 걸 보여줄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원소주'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1만4900원의 가격에 매일 2000병씩의 물량을 풀고 있지만, 없어서 못판다. 이미 지난 2~3월 팝업스토어 행사 때부터 초도 물량 3만병이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소주를 줄을 서서 사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독창적 라벨 등 디자인도 호평을 받았지만, '옹기 숙성'을 거친 깔끔한 맛에도 MZ세대들이 열광했다. 주정을 희석해 합성감미료를 첨가한 '초록병 소주'와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와 맛이 '제대로 된 술 한 잔만'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먹힌 것.

한국 주류업계 사상 볼 수 없던 센세이션임이 분명하다. 단지 '박재범'이라는 셀럽이 만든 술이라면 이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플러스 알파'에 대한 질문을 김 PM에게 해봤더니 '소주이면서 소주 답지 않은' 브랜딩을 언급했다. 일상에서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면서도, 기존 소주들과 차별화를 준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가수 박재범(Jay Park)이 론칭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소주(WONSOJU) 팝업 스토어 오픈 행사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원소주를 살펴보고 있다. ‘원소주’는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하고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로, 주정을 원료로 희석하고 감미료를 첨가한 희석식 소주와는 달리 감압증류 방식을 통해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과 풍미가 특징이다. 2022.2.25/뉴스1
"우리는 '원소주'를 단 한 번도 '술'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지 않았다. 문화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박재범 대표의 입에서 나온 워딩을 정확하게 전달하면 '그냥 부어라 마셔라 하는 술이 되기는 싫다. 오늘의 직장인이 퇴근을 했을 때 나의 하루를 위로하고, 미래의 파이팅을 외칠 수 있는 술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그렇게 즐겨주시고 계시더라."

'부어라 마셔라'와 거리를 둔 MZ세대에게 '원소주'는 '힙 콘텐츠'가 됐다. 이제 '품질'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사업 다각화에 나설 차례다. 일단 원소주의 라인업은 4개 정도로 늘어날 예정이다. 기존 오리지널 원소주에 △'옹기 숙성'을 뺀 버전 △강원 원주의 '모월' 양조장과 협업한 풍부한 향의 소주 △그리고 현재(22도) 보다 도수를 올린 버전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특히 '옹기 숙성'을 제외한 버전의 경우 해외 수출이 거론된다. 이미 50개국 이상에서 수출 의사를 물어왔다고 한다.

김 PM은 "우리는 아주 큰 그릇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 그릇 안에서 소비자들께서 즐겁게 노시면 된다. 여러 깜짝 놀랄 브랜드들과의 협업도 얘기가 오가는 중"이라며 "'원소주'는 '박재범'이 점점 없어져야 롱런을 할 수 있는 브랜드다. 설립자로 '박재범'이 기억돼야 하는 거지, '박재범'을 보고 '원소주'를 떠올리면 안 될 것이다. 증류주에 진심인 모습들을 제품에 담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소주 브랜딩 과정에는 김 PM이 십수년 동안 여러가지 일을 하며 쌓아온 술에 대한 지식과 진심, 인간관계, 마케팅 감각이 모두 녹아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최근의 '원소주' 돌풍에 대해 "울컥하다"고 거듭 말했다. "나만의 술 브랜드를 만들어 스코틀랜드로 가져가고 싶다라는 꿈이 있었는데 그 꿈을, 박재범 대표와 함게 이뤘다. 지금도 꿈 같은 순간들이 계속 지나가고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김 PM은 수많은 직업을 거쳐온 자신의 20~30대를 회고하면서는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어느 순간, 한번의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치열하게 경험하고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김희준 원스피리츠 PM(프로젝트매니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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