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동안 세운상가 인근에서 유리 세공업체를 운영중인 박모씨(74)는 세운재정비촉진 사업에 기대가 크다. 박씨는 "이 동네 오래봤지만 너무 낙후됐고 인근 상인들도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빨리 개발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의 대규모 복합주택시설의 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낙후된 상가가 즐비한 세운상가 주변 일대가 크게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은 지지부진했던 정비 사업에 속도가 붙은 만큼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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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과 상인 모두가 반기는 '세운지구' 재개발━
8일 세운지구의 오전은 출근길을 서두르는 직장인과 하루 영업을 준비하는 상인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세운지구 곳곳에는 서울의 중심 상업지구로 버텨온 수십 년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다.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인 저층 상업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1.5톤 트럭 한 대가 들어가면 꽉 차는 골목에서는 수레를 끌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위태롭게 오가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주거복합단지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오래된 저층 상업지구와의 괴리감이 눈에 띄었다. 세운 3-9 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씨는 "여기 지붕들 보면 죄다 거적떼기 뒤집어 씌어놓은 것 같은 모습"이라며 "난 세입자지만 빨리 재개발 돼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세운지구의 공인중개사들은 재개발이 오랫동안 막혔다며 이제라도 개발이 진행돼서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구 산림동 소재 공인중개사 A 대표는 "이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오래 기다린 정비 사업인지 모른다"라며 "세운보다 늦게 정비를 시작한 지역이 깔끔해진 것 볼때마다 분통이 터졌었다"라고 말했다.
종로 소재 공인중개사 B 대표는 "도시재생으로 유지하려던 세운지구는 사실상 6.25 전쟁 이후 난개발된 모습 그대로였는데 그게 어떤 전통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라며 "구역 재개발이 빨리 진행돼야 지역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B대표는 이어 "가능하면 세운·대림·청계 상가로 이어지는 중심부도 공원으로 개발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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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지구 재개발, 서울시 정책과 함께 '거침없이' 진행━
재정비 사업이 수차례 무산되는 진통을 겪었던 세운지구는 2019년 4월 을지로 4가역, 을지 트윈타워의 준공 이후 지역 정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세운 3구역·4구역·5구역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세운3구역은 총 10개의 정비구역 모두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하고, 이미 5개 구역이 착공했다. 세운4구역은 모든 보상절차가 끝나 철거공사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은 2개 구역(5-1구역 5-3구역) 사업시행인가 완료(2020년)돼 착공준비 중이다.
한호건설그룹이 세운3구역에서 분양한 102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은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같은 구역에 756가구 규모의 생활숙박시설인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가 지난해 7월 착공에 들어갔다. 20층 규모의 오피스 타워도 올해 말 착공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세운지구를 중심으로 '신산업 허브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는 이와 함께 남산에서부터 세운지구를 지나 종묘·창덕궁으로 이어지는 남북녹지축 개발 계획도 내놨다.
부동산업계에선 세운지구 재개발이 완료되면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와 일본 도쿄의 마루노우치 처럼 낡은 구도심을 대규모로 재개발해 초고층 오피스 빌딩과 공동주택을 조화롭게 배치한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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