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 비키니 대회까지…소림사의 '풀소유'[김지산의 '군맹무中']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 2022.04.09 06:10

편집자주 |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소림사에서 진행한 홍보대사 선발대회 중 비키니 심사 장면/사진=바이두
중국 쿵푸를 얘기할 때 절대로 빠져서는 안될 '쿵푸 1번지' 소림사가 2008년 보는 이들을 눈을 의심케 할 희한한 대회를 열었다.

'소림사 홍보대사 선발 대회'.

문제의 장면은 대회 과정에 등장한 비키니 심사다. 소림사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대회 참가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사찰을 돌아다니게 했다. 비키니 여성들을 물에 넣고 승려들과 무술을 단련시키기까지 했다.

이 모든 건 스융신 소림사 주지의 머리에서 나왔다. 스융신 스님은 1965년생 안후이성 출신으로, 16살 되던 해인 1981년 스스로의 의지로 출가했다. 출가할 때 그는 소림사를 콕 찍어 선택했다고 한다. 1986년이 되자 그의 비즈니스 기질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소림사 쿵푸의 원류를 찾아내고 출판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의 부회장이 됐다. 그리고 이듬해 스싱정 주지스님이 사망하자 스물두 살 나이로 소림사 주지가 됐다.

이후 불교계는 물론 정치 사회 분야에서 유명인으로 승승장구했다. 중국인민정치협의회 허난성 위원으로 선출되는가 하면 중국 불교 협회 이사가 되고 허난성 한 대학 명예교수로 위촉되고 허난 청년연맹 명예회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스융신과 소림사가 최근 중국에서 또 한 번 주목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허난성 정저우시가 진행한 3만8000㎡ 규모 상업용지 사용권 경매에서 '철숭 과학기술'이라는 기업이 4억5200만위안(약 864억원)을 써내 낙찰받았는데 철숭 과학기술 배후에 소림사와 스융신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철숭 과학기술은 지난달 22일 급조된 회사다. 철투개발과 원한실업이 각각 51%, 49% 지분을 투자했는데 원한실업의 최대주주가 스융신이 지분 80%를 보유한 기업이었다. 소림사가 이제 부동산 개발업에까지 손을 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기금보는 "낙찰된 토지는 소매업과 도매업, 요식업, 호텔, 비즈니스 및 금융업이 가능한 용지"라고 보도했다.

소림사가 쿵푸 1번지에서 재벌로 변신한 건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2015년에는 호주에 골프 리조트를 갖춘 4성급 호텔을 건설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소림마을'을 건설해 쿵푸 학교와 불교 선원, 휴양시설 등이 함께 들어설 거라는 소식이었다.

2020년에는 옷 브랜드와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그해 소림사가 총 666개 상표를 출원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앞서 2009년에는 '주식회사 소림사'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스융신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1982년 영화 '소림사' 개봉 이후 엄청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된 소림사와 미국에서 MBA를 공부한 스융신 주지의 결합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중앙 왼쪽)이 2006년 중국 방문 당시 소림사를 찾았다. 스융신 주지가 푸틴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사진=바이두
스융신은 주지가 되자마자 '소림전사 승려 극단'을 만들어 전국 순회 공연을 벌였다. 이와 함께 상표 등록과 지사 설립,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내 매장 개설 등을 병행했다.

1998년에는 차와 과자를 만들어 파는가 하면 2002년 소림서국이라는 출판사를 설립해 '소림쿵푸'를 출판했다. 2007년이 되자 '소림환희지'라는 회사를 만들어 스포츠 용품과 문화용품, 기념품을 제작, 소림사 안에서 물건들을 팔았다. 소림사는 소림 쿵푸 관련 온라인 게임 라이선스도 갖고 있다.

돈을 놓고 지방정부와 법적 다툼도 서슴지 않는다. 2014년 9월 소림사가 위치한 시 정부를 상대로 입장료 분할 청구 소송을 냈다. 그 결과 소림사는 2011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소림사 입장료 분할금 4970만위안과 이자 232만위안 등 총 100억원정도를 받아냈다.

시 정부는 "스님들이 무슨 돈 욕심이 그리 많냐"고 비난하자 스융신 주지는 "소림사 문화 유물을 유지하고 승려들이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맞받아쳤다.

돈이 모이는 곳이 조용할 리 없다. 스융신 주지를 둘러싸고 온갖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2015년 7월 '스융신을 싫어하는 사람들 모임' 스정의 대표가 스융신 주지가 신분증 여러 개를 사용하면서 여자들과 놀고 애까지 낳았다며 그를 횡령, 배임,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2017년 허난 공안은 소림사를 수사했는데 소림사 이름으로 모두 15대 차량이 있으며 그 중 4대는 고급 외제차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온갖 추문에도 소림사와 스융신 주지의 비즈니스는 거침이 없다. 모두 소림사 브랜드 파워에서 비롯됐다. 소림사는 여전히 중국 쿵푸의 대명사다. 무엇보다 스융신 주지가 아직 50대로 젊다. 그동안의 비즈니스 경륜을 바탕으로 4차 산업에 올라타 종교와 기술과 자본이 융합한 신개념 비즈니스를 창출해내지 말란 법이 없다.

'풀소유' 소림사의 돈을 향한 도전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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