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현재 일반차량과 동일한 '흰색' 번호판을 사용하는 법인차량의 번호판을 연두색 등 다른 색상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내 차량 번호판은 일반(흰색), 영업용(노란색·주황색), 전기차(파란색), 외교(군청색) 등으로 분류된다.
앞서 윤 당선인은 생활밀착형 공약 중 하나로 법인차량의 번호판 색상을 일반 차와 달리해 구분하겠다고 밝혔다. 수억원대 '슈퍼카'를 법인명의로 뽑아서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는 탈세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법인차량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아니지만, 사적으로 사용할 때 사회적으로 눈초리를 받는 '낙인 효과'로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법인차량 번호판 색상 교체에 대해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번호판 색상 변경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자동차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만 훈령으로 바꾸면 된다. 통상 고시 개정은 연구용역, 규제심사, 행정예고 등의 과정을 거친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 때문에 이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빨리 시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인 자동차번호판 도입은 윤 당선인의 공약 취지에 맞춰 추진을 검토 중"이라며 "실제 도입 여부와 세부 방안 등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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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 10대 중 8대는 법인차량…제도 실효성 의문도━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초고가 수입차 10대 중 8대는 법인·사업자가 구입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총 27만6146대다. 이 가운데 법인 명의로 판매된 차량은 10만2283대로 전체의 37.03%를 차지했다.
지난해 팔린 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 등 수억원대 초고가 '슈퍼카' 10대 중 8대는 법인·사업명의였다. 벤틀리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 506대 중 405대가, 람보르기니도 353대 가운데 300대가 법인 차량이었다. 롤스로이스도 255대 중 205대, 포르쉐도 8431대 중 5264대가 법인 명의로 파악됐다. 페라리·맥라렌·애스턴마틴 등 다른 슈퍼카들도 비중이 비슷하다. 이들 차량의 평균 판매가는 4억원에 달한다. 초고가 차량을 법인·사업자 명의로 구입하는 것은 비용을 모두 회사 경비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입비와 유지비에 대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세제 혜택을 줄이거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슈퍼카=연두색 번호판' 이라는 그릇된 인식까지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번 공약은 법인차에 대한 사적 이용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실효성 측면에서 제도적인 한계는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싱가포르 등 법인차 이용 규제가 엄격한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한국형 제도를 마련하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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