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지원책, 종합처방이 답이다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 2022.04.08 03:54
2019년 7월4일. 국내 반도체 업계에 결코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된다. 일본이 기습 수출 규제를 단행했던 날이다. 한국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자 일본 정부가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반도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를 규제하고 나섰다.

반도체 강국 불리던 한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600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공정 스텝이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생소한 이름 투성이었다. 칩 하나를 만드는 데 수백 개의 소재와 장비가 필요하지만 자체조달 수준은 27%에 불과하다는 분석은 충격을 줬다. 지금은 흔히 쓰는 '소부장'(소재·부품·단어)이란 말도 그 때 생겼다.

2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근본적인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소부장 100대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2019년 31.4%에서 2021년 24.9%로 적잖게 줄었지만, 전체 소재로 보면 불과 1.2%p(포인트) 하락했다. 우회 수출을 고려하면 실제 의존도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도 의문이다. 장비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도 미국, 일본, 네덜란드 ASML 등 해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업계에서 생태계를 아우르는 종합처방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R&D(연구개발) 세액 공재 확대, 인허가 신속처리, 기반시설 구축 등 소부장 기업을 위한 전방위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다행히도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기초 체력이 어느 때보다 좋은 시기다. 두 차례의 호황기를 겪으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결과다. 주요 공정에서 국내 업체가 국산화에 성공했다거나 근접했다는 소식도 잇따라 들린다. 구매조건부 R&D를 확대하거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최종 고객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판로확대를 지원한다면 소부장 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에는 내셔널리즘이 떠오르고 있다. 상대 기업이나 국가의 약점을 파고드는 일이 발생해도 어색하지 않은 때다. 윤석열 당선인은 7일 헬기를 타고 이동하며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는 특별한 관심을 표했다고 한다. 그 관심이 생태계 전반에 미치길 기대한다. 강점을 강화하는 것만큼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오문영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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