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우리의 삶은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금방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19(COVID-19)는 인간의 이동을 철저히 막아섰다. 그 중심에 있던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발 불황은 LCC(저비용항공사)부터 덮쳤다. 2019년말 합격 통보를 받은 제주항공 신입 객실승무원 이자빈(25)·강재연씨(26)의 첫 출근이 미뤄지는 건 당연했다. 위드 코로나로 3년이 지나서야 이들은 사원증 목걸이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 6일 오후2시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항공지원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2년전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씨는 "2020년 3월 초에 '입사가 미뤄질 것 같다'는 회사 안내를 받았다"며 "당시만 하더라도 이렇게 코로나가 길어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지나가겠지' 싶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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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 장기화…"생활비 충당 위해 뭐든 했다"━
당시 항공업계는 승무원은 물론 신입사원 공개채용 자체를 중단했다. 제주항공도 LCC 중 규모가 큰 회사였지만 신입 승무원들을 바로 뽑기엔 무리가 있었다. 대신 승무원들에게 입사시기가 확정될 때까지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는 등 경제활동을 이어가도 상관없다고 안내했다.
이씨와 강씨를 비롯해 이들의 가족들도 입사가 이렇게 길게 늦춰질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이씨는 2019년 합격 발표를 보자마자 강서구 근처 자취방을 구한 상황이었다. 이씨의 부모님은 처음엔 "회사 들어간것도 아닌데 놀러 서울 올라갔냐"고 핀잔을 줬지만,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오히려 이씨에게 위로를 할 정도였다.
이씨와 강씨의 신분은 취업은 했지만 수입은 없는 상태였다. 설날·추석 명절에 가족이 모이기만 하면 이들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이미 누구보다 항공업계 소식에 관심도 많고 뉴스와 기사도 계속 보고 있었지만 가족들이 끊임없이 제주항공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
이씨는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서 식당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직원을 뽑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지원서를 냈다. 강씨도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계약직으로 생횔비를 충당했다.
이씨는 "회사에 출근할 때마다 머리 위로 제주항공 비행기가 지나다녔는데 별 생각이 다 들었다"며 "시간은 지나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나는 내 커리어를 쌓고 있지 못하네'라는 생각이 들때 가장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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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누구의 잘못도 아냐…절대 자책하지 말라"━
강씨는 "안해본 게 없었던 것 같다. 혼자 울기도 해보고 짜증도 냈는데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며 "나보다 상황이 나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승무원이라는 꿈을 포기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씨와 강씨를 포함한 2019년도 제주항공 객실승무원 최종 합격자 24명 전원은 위드코로나가 시행되자 입사할 수 있었다. 이씨와 강씨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진정한 첫 출근인 첫 비행은 이달 24일로 잡혔다. 교육을 마치는 대로 바로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씨와 강씨는 승무원 준비생들에게 "절대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코로나19로 입사가 미뤄진 걸 내 탓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내가 조금만 더 잘해서 일찍 취업할 걸', '내가 모자란 탓이다'라고 수도 없이 자책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연재해 같은 것"이라며 "'항공사 다 망했다더라', '승무원 이제 끝이라더라' 안좋은 얘기도 많다. 이런 건 다 무시하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씨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며 "승무원이라는 꿈을 위해서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오지 않았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이 꿈은 끝까지 갖고 갔으면 좋겠다. 항공업계도 곧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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