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완화되면서 공연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뜨거워진 관심만큼 매크로 등 불법프로그램을 활용한 티켓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크로를 이용해 표를 대량으로 예매한 판매자가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식이다. 이미 보편화된 편법 '매매'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6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이날 온라인 티켓 거래 사이트에서는 플미 티켓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뮤지컬 '데스노트'의 경우에는 VIP 좌석의 정가가 15만원이었지만 티켓 거래 사이트에서는 출연진의 무대인사가 포함된 VIP좌석 티켓이 75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다른 공연의 VIP좌석 티켓에도 2~6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뮤지컬 티켓 예매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사람이 했다고 보기 어려운 예매 속도 등을 고려해 매크로 사용여부를 추정하고 있다"면서도 "시간 등을 기준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사용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플미 티켓으로 인한 피해는 중소 뮤지컬 제작사에게 더욱 크게 돌아간다.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면 가장 인기있는 맨 앞줄이 10여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규모가 작다보니 좌석에 따라 무대가 잘 보이지 않거나 공연 음향이 들리지 않는 곳도 있다. 매크로 사용자가 인기석을 전부 구매하면 일반 고객은 웃돈을 주고 살 수 밖에 없다.
중소 뮤지컬제작사 관계자 A씨는 "거리두기 강화 때문에 한동안 소극장의 경우 가장 인기 있는 맨 앞줄은 10여석 정도만 예약할 수 있었다"며 "매크로를 직접 사용하거나 업자들이 되파는 행위에 대한 피해가 대극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은 우리 시스템을 해킹하는 게 아니고 개별 사용자의 컴퓨터를 통해 예매를 빠르게 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지금까지 매크로 사용과 관련해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2020년 12월 공연법이 개정되며 입장권·관람권 등의 부정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의무가 규정됐다. 하지만 매크로 악용에 대해서는 명시적 처벌 근거가 없어 실질적 단속에는 한계가 있었다.
뮤지컬 팬들은 '플미' 티켓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선 말못할 속사정이 있다. 매크로, 플미 티켓을 적극 단속한다고 공론화할 경우 일부 업자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적발과 처벌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제작사의 티켓 판매 관리 여력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꼴이다.
중소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 B씨는 "사실 소규모 제작사는 티켓만 팔리면 그게 플미든 일반 고객이든 신경쓸 여력이 없다"며 "기술적으로도 적발도 어렵고 법적 권한도 없는 회사 입장에서 돈과 비용을 써가며 플미를 잡기 쉽지 않다"고 했다.
실효성 있는 처벌을 위해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매크로 이용한 입장권·관람권 등의 부정판매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병훈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법으로 매크로를 처벌하기 어렵고 플미 티켓등이 장기적으로공연업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해 대표 발의했다"고 했다. 해당 법안은 빠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돼 내년 상반기에 시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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