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못팔게 된 편의점들..."장애인·기초수급자 어디 없나요?"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김성진 기자 | 2022.04.06 06:10
5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편의점. 지난해까지 로또 복권을 팔던 이 편의점에는 올 1월부터 '로또 판매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됐다./사진=김도균 기자

#수도권에서 5년간 편의점을 운영한 30대 박민수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고 다닌다. 로또 복권 판매권을 구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올해부터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에 넘겼던 로또 복권 판매권을 회수하고 취약계층과 직접 판매 계약을 하기로 했다. 박씨는 "취약계층을 찾아서 로또 판매권을 얻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편의점 법인 본사가 가진 복권 판매권이 회수되면서 약 477개 편의점 매장에서 로또 판매가 중단됐다. 판매권을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편의점주를 제외한 모든 편의점에서 사실상 로또 판매가 중단된 것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족, 독립유공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과 우선 계약을 맺어 로또 판매권을 부여하고 있다.

복권 수탁사업을 맡은 '동행복권'은 지난 4일부터 로또 복권 신규판매인을 모집했다. 모집 규모는 1322명으로 우선계약 대상자들만 신청할 수 있다.

그동안 로또 판매권은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가 정부로부터 법인 명의 판매권을 획득해 개별 점포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배분돼 왔다. 개별 편의점주가 정부를 상대로 판매권을 획득할 수도 있었다. 전국에 477개 편의점이 로또를 판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방식이 로또 복권을 운영하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법인 명의 판매권을 회수한 것이다. 로또 복권은 다른 인쇄 복권과 달리 '취약계층 우선계약 복권법'의 적용을 받는다. 해당 법은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경제 자립 지원 차원에서 로또 판매권을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부여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취지지만, 편의점주들 사이에선 이번 정부 방침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또 판매가 매출 자체는 크지 않아도, 고객 유인 효과가 컸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10여년 편의점을 운영한 A씨(50)는 올해 초 편의점 문에 '로또 복권 판매 종료'란 안내문을 써붙였다. A씨는 "로또를 사러 와서 캔커피, 담배 등을 사는 손님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사라지니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1~3월 매출이 10% 가까이 빠졌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주 커뮤니티에 2017년 11월 올라온 게시글 갈무리./사진=독자제공

일부 편의점주 사이에선 취약계층의 명의를 빌리는 식으로 판매권을 획득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편의점주 박씨는 취약계층과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도 구상 중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명의를 빌려서 복권을 팔려는 행태는 예전부터 있었다. 지난해까지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가 복권 판매권을 분배할 때도 본사는 일부 운영 수익이 좋은 점포에 판매권을 우선 배분했다. 이에 판매권을 갖지 못한 편의점주는 판매권을 얻은 점주와 계약을 맺어 복권을 파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복권 제3자 판매는 불법이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 로또판매권을 취약계층에게만 배분하고 있는 취지를 저해하는 복권 제3자 판매행위는 최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과태료 처분인 다른 복권법 위반보다 처벌 강도가 강하다. 2015~2019년 로또 복권과 연금복권 등의 제3자 판매행위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건수는 98건이다.

천상현 변호사(법무법인 황해 대표변호사)는 "편의점주가 판매권자와 계약해 로또를 팔다 처벌받은 사례가 있는 만큼 편의점주는 제3자 판매가 처벌 대상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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