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그래미는 과연 권위 있는 '상'일까

머니투데이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 2022.04.06 02:03
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그래미는 보이콧 대상이다. 역시 그라모폰은 박물관에 가 있는 게 맞았다. 이를 '제64회 그래미어워드'를 통해 여실히 다시 확증해줬다. 올해는 그래미가 변화의 과정에 있는 듯싶었다. 실제로 그래미는 차별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회원에 흑인은 물론 여성에 대해서도 이를 반영하고 비밀투표 위원회를 폐지했다. 1차 투표와 2차 투표를 차별화하고 2차 투표에서 회원자격을 전문화했다. 그 때문인지 시상식에 흑인 퍼포머들이 더 등장하고 수상도 많이 했다. 그런데 결국 같은 업계 사람들이고 그들만의 리그다. 음악산업 종사자들의 투표는 음악의 주인인 팬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사실상 흑인차별 프레임은 또 하나의 허구다. 같은 미국 음악산업에서 갑을 가운데 누가 더 밥그릇을 차지하겠냐는 것이다. 그래미가 어떤 특별한 기준에 따라 권위가 있다는 것은 헛된 프레임이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에서 인정받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번에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 등 4관왕을 브루노 마스×앤더스 팩의 '실크 소닉'에 주었다. 유색인종에게 수여한 듯싶지만 교묘한 술책이다.

위켄드는 흑인이지만 캐나다 출신이라고 배척당했다. 빌보드 핫100에서 4주간 1위를 하고 43주 동안 톱5위에 있었는데 이를 그래미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하나의 후보에도 올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그래미를 보이콧했다. 더구나 그래미가 흑인은 배려하지만 다른 아시아계를 차별하는 것은 문제조차 안 된다. 무엇보다 지금 세계 음악시장을 새롭게 견인하는 아시아 음악계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가 탈락 수준이다.


몇 년째 국제 음반산업계는 흡족한 미소가 흘러넘친다. 방탄소년단(BTS)을 선두주자로 케이팝 덕분에 지난해에도 음반 판매량이 약 20% 증가했다. 심지어 몰락하던 LP나 CD도 살렸다. BTS는 '다이너마이트'로 3회, '버터'로 10회 등 15회 빌보드 메인차트에서 1위를 했지만 그래미는 하나의 상도 주지 않았다. 콜드플레이와 협업으로 10년 만에 그들을 핫100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MTV, 빌보드, 아메리칸뮤직어워드가 매년 여러 개 상을 주지만 유독 그래미만 제대로 된 후보에조차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현지 언론이 더 난리다. 곧 BTS의 공연이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온통 BTS 도시 프로젝트로 물들 예정이다. 그래미어워드는 이번에도 BTS를 시청률 올리기 수단으로 악용했다. 보통 초기에 이뤄지는 베스트 팝·듀오 퍼포먼스를 끝부분으로 미뤄두는가 하면 중간인터뷰까지 넣어 화면노출을 유도했다. 멤버가 손목을 다치고 코로나 19로 미처 회복되지 않은 BTS를 이용해 '아미'(팬덤)를 잡아두려는 꼼수였다.

그래미에는 여전히 어느 부문도 아이돌밴드를 수용할 수 있는 영역이 없다. 재즈나 힙합, 스탠더드, 컨트리팝 연주 가창만이 중심일 뿐이다. 시상식에 등장한 퍼포머들의 패션과 공연스타일은 촌스럽고 시대에 많이 뒤처졌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라는 자화자찬 속에 그들만의 우물에 빠져 있었고 전혀 세계 음악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20세기 스타일로 더이상 미국은 세계 음악산업의 리더가 되지 못한다. 더구나 팬 중심으로 음악시장과 산업이 근본적으로 바뀐 점을 간과한다. 여전히 시상식 후보와 최종 선정에서 팬들의 선택은 배제하고 자신들만의 기준을 권위라고 포장한다. 아직도 팬 커뮤니티 플랫폼의 흐름을 간과하는 그래미의 미래는 훤하다. 팬덤 경제학이 괜히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20세기 아날로그 시대의 철 지난 레거시 어워드에 불과한 그래미 수상에 목 맬 필요가 없다. 21세기 팬문화의 이름으로 보이콧해야 마땅하다. 물론 케이팝은 그들과 지속적인 콜라보는 물론 현지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로 같은 업계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형성하려는 전략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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