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가 4% 시대, 잊힌 경제성장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 2022.04.06 03:42
조류인플루엔자(AI)와 한파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주유소에 갈 때 마다 분통이 터진다는 사람들도 많다. 온통 물가 때문에 난리다. 정부도 물가안정에 혈안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4.1%나 뛰었다. 2011년 12월 이후 10년3개월 만의 4%대 진입이다.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최근의 물가상승이 성장을 동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 물가는 경제호황이 오면 성장률과 함께 오른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월급과 물가가 함께 오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고물가의 특징은 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만 오른다는 점이다. 수요 증가가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불거진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인 탓이다. 이런 인플레이션은 특성상 대처가 어렵다.

결국 지금은 오르는 물가를 끌어내리긴 어려우니 월급을 올려 버텨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월급을 올리는 것도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어려운 얘기다. 오히려 대다수가 물가에 집중하는 사이 성장 부문에선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2월 98.8로 전월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째 내림세다. 2018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9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3년 만에 최장기간 하락이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줄었다"는 얘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아쉬운 점은 향후 5년 대한민국을 이끌 새 정부를 준비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규제완화를 제외하고는 성장에 대해 눈에 띄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정부들은 성공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747' '창조경제' '소득주도성장' 등의 성장 아젠다를 내놨었다.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면 나라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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