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알바'에 10대도 낚였다…보이스피싱 가담 청년 느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박수현 기자 | 2022.04.04 05:20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보이스피싱 조직이 청년층을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유인해 현금 수거책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비대면 채용이 늘어나고 취업난이 심화하자 사회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사기 혐의를 받는 10대 여성 A양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양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수거책 역할을 맡아 지난달 28일 50대 남성 B씨에게 전화해 "딸이 프랑스에서 납치됐다"고 속여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서울 구로구의 한 백화점 인근에서 B씨로부터 현금 600만원을 건네받은 A양을 현행범 체포했다. A양은 고액 아르바이트 홍보 게시물을 보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사례처럼 젊은층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검거된 보이스피싱 피의자 2만204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대 이하가 9149명, 30대가 4711명으로 30대 이하 피의자가 전체의 62.9%에 달했다.

보이스피싱 구인공고 사례. /사진제공=경찰청
전문가들은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으로 채용 방식이 변화하고 젊은층이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되면서 범죄에 가담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수익을 미끼로 하기 때문에 사회 경험이 별로 없는 젊은이들이 쉽게 현혹된다는 설명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버는 일상적인 직장인줄 알고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젊은층은 AI(인공지능) 면접 등이 익숙한 세대라서 비대면으로 면접과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 낯선 상황이 아니다. 이런 변화가 젊은 층이 수거책으로 유인당하는 데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회장)도 "사회 경험이 없고 취업이 어려운 젊은층이 경제적으로 곤궁하다 보니 (고수익 아르바이트에) 쉽게 혹한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은 채용 시에 비대면으로 선발하고 단순한 작업을 시키면서 많은 돈을 준다고 한다. 이런 공고를 보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젊은층의 사회적 관계망이 약해진 것 역시 원인으로 지적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거책을 유인할 때 당사자를 사회적 고립상태에 빠지게 하는 전략을 편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부족해진 최근의 사회 분위기는 범죄 조직에게는 유리한 시기"라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현금을 받아오거나 돈을 대신 송금해주는 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경우 사기죄, 사기방조죄, 범죄단체조직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피해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거나 서류를 건넨다면 공문서·사문서 위조 및 행사죄가 적용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임을 모르고 범죄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면 처벌을 면하기는 어렵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당사자가 고수익이라는 것을 인식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공범임을 인식했다고 법원은 판단하는 추세라 굉장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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