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지방시대[우보세]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 2022.04.04 03:4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디바이어던'(Diviathan)이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누는(Divide) 괴물(Leviathan)과 같은 존재들을 살펴보자는 취지의 기사였다. 취재 과정에서 다소 난감한 경험을 했다. "이걸 어디 물어봐야 하지?"라고 하는 막막함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주체를 찾기 쉽지 않았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균형발전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법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다. 통상 균특법이라고 불리는데 균특법의 소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간사 부처도 산업부가 맡고 있다. 법과 정부 조직만 봤을 때 균형발전을 담당하는 부처는 산업부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좀 어색하다. 가령 지역의 의료격차 문제를 생각해보자. 산업부가 지역의 의료격차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벚꽃 엔딩'이라는 말까지 나온 지방대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저출산 문제를 균형발전 차원에서 살펴보기 위한 움직임까지 있다. 산업부에서 답을 찾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특정 부처의 울타리를 벗어나 포괄적인 균형발전 업무를 담당하라고 만든 곳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다. 하지만 균형위의 조직 성격은 자문위원회다.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획기적인 균형발전 정책을 도출해내더라도 균형위가 직접 정책을 입안할 수 없다. 쉽게 이야기하면 힘을 가질 수 없는 조직이다.

행정안전부도 균형발전 업무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했다. 메가시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초광역협력 정책도 행안부 소관이다. 반면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혁신도시 업무는 국토교통부가 관여한다. 다양한 업무들이 다양한 부처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는 찾을 수 없다.


취재 과정에서 막막함이 반복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일자리 문제와 생활서비스 격차 등을 기사로 다뤘는데 정책적 노력을 '컨트롤 타워' 입장에서 이야기해줄 곳이 마땅치 않았다.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의 한계이자 현주소다. 균형위가 줄기차게 행정위원회 격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균형발전 정책에 의지를 계속 내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윤 당선인은 "지방시대라는 모토를 갖고 새 정부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수사'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내부에서도 조금씩 균형발전 거버넌스 문제가 거론되는 것 같다. '컨트롤 타워'가 마땅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임기 내에 유지하기로 결론냈으니 이를 토대로 새로운 거버넌스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되는 게 없진 않다. 새로운 조직이 등장할 때마다 조금씩 발을 걸치고 있는 부처들이 '헤게모니 싸움'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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