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가만둬도 갚는다…벌써 6조 감소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 2022.04.01 17:03

국내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이 3월 한 달 간 3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약 6조원이나 쪼그라들었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이 침체하자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사라지고, 대출금리 급등으로 상환이 늘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효과도 있지만 자연감소분 자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원으로, 2월(705조9373억원) 대비 2조7436억원 줄었다. 특히 신용대출이 전월과 비교해 2조4579억원 줄면서 전체 잔액 감소를 주도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는 전월 대비 650억원 소폭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5조8592억원 감소소했다. 1월에는 1조3634억원, 2월에는 1조7522억원이 줄었다.

대출이 크게 줄어든 이유로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대표적인 투자 대상인 부동산과 주식·코인 가격 변동성이 지속되자 레버리지 투자(빚투) 수요가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은 다시 거래가 활성화될 조짐이 있긴 하지만 올해 가격이 안정화한다는 전망이 많다"며 "주식, 코인도 당장은 조정장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까지의 자산가격 버블이 꺼지고 있어 대출이 줄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점도 요인이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상단 금리는 최근 2012년 이후 10년만에 연 6%대를 돌파했다. 주담대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따라 은행들이 금리를 조정하면서 지난해 10월 5%대를 돌파했는데, 불과 5개월 만에 1%포인트가 더 올랐다. 1년 전 1%대 금리도 있었던 신용대출 금리는 현재 5%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다보니 대출을 상환하는 고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DSR 규제가 강화된 영향도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DSR 규제 2단계를 올 1월부터 조기시행했다. 총 대출 규모가 2억원을 넘는 고객은 개인별 DSR 규제를 적용받는다. 연간 원리금 합계가 소득의 40% 이내인 수준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DSR 규제로 인한 대출 감소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뚜렷한 대출 감소세에 따라 지난해 마련한 대출규제를 풀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규제를 푼 이후에도 상황은 똑같다"며 "현장에서 대출 문의가 조금 늘긴 했지만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5대 은행은 최근 일반 신용대출 한도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규제 이전으로 되돌리고, 우대금리도 복원했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한도 제한, 신청 기간 축소, 1주택자 비대면 대출 신청 제한 등 규제를 해제했다.

은행권은 새 정부의 대출 완화 기조에 주목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3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위원들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으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며 "청년들의 미래를 생각해 과감하게 접근하고 발상의 전환을 이뤄달라"고 요청했다. 인수위는 현재 DSR 규제 부분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대출규제 완화와 함께 올 7월부터 신용대출 연 소득 범위 내 제한이 풀린다"며 "자산시장 상황을 봐야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대출이 좀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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