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이창용 "정부와 대화 안하는 게 한은 독립성 아냐"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 2022.04.01 10:17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1/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정부와 대화를 안 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아니다"라며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소상공인하고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이고, 대출규제도 생애 첫 주택 마련하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완화라 마이크로적(미시경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재정정책과 금리정책이 매크로(거시경제)에 주는 영향을 보면서 서로 조율하고 일관되게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인사청문회 TF(태스크포스)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던 과거 풍조에서 벗어나 현실에 맞는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물가와 성장이 반대로 갔을 때는 성장을 많이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물가를 고려하는 중앙은행 간에 긴장관계가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며 "과거처럼 중앙은행이 독립성이라고 해서 물가만 보는 프레이밍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주열 총재가 이임식에서 한 말이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포커게임이 아니다"라며 "서로 패를 보여주고 (정부와)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것은 전 세계의 트랜드"라고 밝혔다.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 3C(Comprehensive·Consistent·Coordinated, 포괄성·일관성·조정)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정책을 할 때 통화정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통화정책, 재정정책, 구조조정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같이 보고 각각의 정책이 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안 가게 해야한다"며 "당연히 중앙은행은 물가에 더 가중치를 두고 보지만 정부와 서로 협력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IMF(국제통화기금) 보고서의 하방리스크 실현이 금리 정상화 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 후보자는 "하방리스크가 실현됐을 때, 경기에 주는 영향이 물가보다 훨씬 더 예상 밖으로 커졌을 때, 한국은 재정도 건전한 편이고 금리를 미리 올려 부양정책을 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만 봐도 물가에 주는 영향이 만만치 않아, 제 뜻은 금통위원들과 함께 그런 변수들이 다 현실화됐으니 (변수가) 성장에 더 영향을 많이 미치는지 물가에 더 영향을 미치를지를 다 분석해서 조합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였다"고 밝혔다.

또 이 후보자는 "상반기는 (물가상승률이) 부득이하게 한은 예상치 3.1%보다 높아질 것 같으나 하반기 물가는 정말 모르겠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국제유가, 중국 오미크론 확산과 상해 락다운 등 경제변수가 아닌 것들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런 때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한국은행의 임무다"라며 "물가상승률이 하반기에 어떻게 될지 예측하려 노력하는 것 보다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거시경제 리스크관리를 어떻게 해야할 것이냐에 치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 금리역전에 대해서는 "금리격차가 좁혀진다고 자본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환율 기대심리, 경제 펀더멘털 등 여러 변수에 달려있어 반드시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한국의 펀더멘털을 볼 때 한미간 금리격차 (축소)가 자본유출에 주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생각하고 오히려 걱정은 환율이 절하하는 쪽으로 작용할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우려해야 하지 않나하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금융위원회 등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제가 한은 총재가 되면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위와 함께 다시 봐야 한다"며 "당장은 가계부채가 부동산 문제와 연결이 돼 있어 단기간 위험요인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한국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고령화가 되면 연금이나 이런 것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생활자금을 위해 가계대출을 하게 되면 (부채의) 질도 나빠질 수 있다"며 "한은 총재가 되면 금융위, 금감원과 함께 다같이 가계부채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정책을 펼지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자율이 균형 이자율보다 너무 낮을 경우에는 가계부채가 굉장히 늘어나서 자산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나중에 국가경제 안정화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며 "전반적으로는 금리를 통해서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될 수 있도록 한은이 분명 시그널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고채 단순매입과 관련해서는 "월요일날 국채 금리가 0.2%포인트(p) 가량 뛴 것은 한국 뿐 아니라 홍콩, 호주 등 전반적으로 금리가 뛰었기 때문에 굳이 (한은이)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고, 저는 올바른 판단이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본인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는 "중앙은행론에 관해서는 물가, 성장, 금융안정, 거시경제 전반적인 영향을 종합적으로 보고 정부 정책과 서로 협조를 하는 가운데 물가목표를 어떻게 달성할까 이런 틀로 많이 바뀌고 있다"며 "저는 아마 데이터가 변함에 따라 어떤 때는 매파가 되고 어떤 때는 비둘기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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