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 후면 반도체 냉각수 재고 바닥"…1분만 중단해도 손실 수십억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2.03.31 16:16


환경 규제로 가동이 중단된 3M 벨기에 '쿨런트(반도체용 냉각수)' 공장 재가동 시기는 불확실하다. 3M측이 지난 8일 가동 중단을 전후해 벨기에 정부에 긴급 안전조치를 멈춰달라는 탄원서를 여러번 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3M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 에드가에 중요 사안 발생에 대한 수시보고서를 내고 "생산 라인 중단의 지속기간과 정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궁극적인 부정적 영향의 범위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벨기에 공장에서만 전세계에 공급되는 쿨런트의 80%를 생산한다.



반도체 라인 1분만 멈춰도 수십억 손실…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경제 전반 타격도 불가피


문제는 당장 쿨런트를 대체할 수단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엔 물에 에틸렌글리콜을 섞어 냉각수로 사용했지만 반도체 공정이 첨단화되면서 더욱 미세한 온도조절이 필요해졌다. 일반 냉각수의 열 유지성이 쿨런트에 미치지 못해 현재로선 반도체 공정의 95%가량이 쿨런트를 사용한다. 냉각수 종류에 따라 칠러(냉각기) 장비도 달라지는만큼, 칠러를 당장 교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박재근 한양대 전자융합공학부 교수는 "물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최후의 보루"라고 설명했다.

쿨런트는 처음 설비를 설치할 때 칠러에 용액을 한번에 채워넣었다가 보충하는 식으로 사용된다. 식각공정 설비 1대 기준 첫 설치 후 가동시 한번에 약 150kg이 필요하다. 쿨런트 특성상 증발되는만큼 한달 주기로 이를 계속해서 보충해야 한다. 반도체 업체별로 셋업과 보충용을 합해 쿨런트 재고가 1~3개월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칠러 생산 업체 관계자는 "쿨런트가 없어서 칠러 가동이 안되면 메인 툴도 가동이 안돼 기존 라인이 멈출 수 있다"며 "특히 단시간에 많은 양이 필요한 신규 라인은 아예 가동을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정이 멈췄을 때의 손실 정도는 정전 피해 규모로 추산해 볼 수 있다. 2018년 3월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이 변전소 이상으로 30분간 가동이 중단되면서 5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2019년 마지막 날 화성 반도체 생산라인이 정전으로 1~2분간 멈췄을 때도 수십억 손실이 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에만 대규모 반도체 라인을 각각 5곳과 2곳 갖고 있다. 미세 공정을 거치는 만큼 한번 중단시 생산 재개에도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1초만 가동이 중단되도 만들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한다.

그보다 큰 문제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전방위적인 경제 타격이다. 주요 IT 제품과 자동차 등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에 탑제되는 만큼 제조업을 넘어 경제 전반이 입을 손실 규모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커질 수 있다. 3M측은 "자사가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데이터 센터 시장 등 중요 산업의 글로벌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식각은 반도체 필수 공정으로, 징검다리로 치면 밟지않으면 지나갈 수가 없다"며 "다른 장비가 다 멀쩡하다해도 (식각에서) 문제가 생기면 반도체 양산에 굉장한 차질이 있다"며 "반도체 생산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굉장히 큰 손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내 공급망 전무…기업·정부도 대안 '고심'


쿨런트 공급난에 기업과 정부도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M벨기에 외 대체 업체로부터 쿨런트를 확보하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공급망은 전무하다. 2005년쯤 쿨런트 국산화를 검토했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비 등으로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관련 기술이 부족한데다 화관법과 화평법 등 환경 관련 기업 규제가 엄격한 탓이다. 해외 의존도가 100%인 이유다. 특히 반도체용 쿨런트인 FC-3283과 FC-40이 관세 분류상 정확한 품목 분류가 되지않는 '기타세번'으로 분류되면서 정확한 수입 비중과 양을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재로선 수입처 다변화가 유일한 대안이다. 3M외에 솔베이와 미국 화학기업인 듀폰, 중국 업체 두 곳 등이 유사한 쿨런트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각 사 제품마다 화학 구성 요소가 다른만큼, 바로 설비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사용 중인 칠러(냉각기)에 적합한지를 평가해야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개별 기업 구매팀을 만나 상황 파악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쿨런트 공급난과 관련, 반도체협회를 통해 국가차원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쿨런트 국산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초기 투자비 등을 지원해 기업들이 국내 생산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환경 단체 설득 등 사회 동의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봤다.

과거 일본 수출 규제 사태 당시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 국산화 움직임이 일어났지만, 당시 문제가 없었던 쿨런트는 대상이 되지 못했다. 박 교수는 "반도체 공정에 직접 사용하는 소부장 뿐만 아니라 그 부품에 들어가는 소재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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