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주 특급호텔 시장이 달아오른다. GS리테일 호텔사업부문인 파르나스호텔이 오는 7월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에 '파르나스 호텔 제주'를 개관한다고 알리며 불씨를 당겼다. 더쇼어호텔(옛 하얏트 리젠시) 자리에 올린 호텔로, 처음으로 5성급 독자 브랜드 간판을 달았다. 호텔 2개동을 가로지르는 국내 최장 규모(110m) 인피니티풀 등 최고급 시설을 갖췄단 소식에 일부 호캉스족들이 '7말8초' 성수기 휴가로 점찍을 만큼 입소문이 나고 있다.
파르나스 제주가 오픈을 확정지으면서 제주도에서만 3년째 5성급 호텔이 문을 여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됐다. 당초 제주 특급호텔시장은 오랫동안 중문관광단지 터줏대감이자 국내 양대 호텔체인인 호텔신라와 호텔롯데가 양분해왔다. 켄싱턴호텔, 하얏트 리젠시 등 한가닥 하는 호텔들도 적지 않았지만, 신라와 롯데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부침을 겪으며 제주에서 발을 뺐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신세계조선호텔에서 개명한 뒤 처음 선보인 곳이다. 신라, 롯데호텔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중문단지에 자리잡았는데,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 라이프스타일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통 큰 투자를 한 모회사 신세계 그룹의 최대 강점인 유통과 레저의 '통섭'이 효과를 내고 있단 평가다.
중문단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특급호텔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제주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제주시 노형동에 자리잡았다. 통상 4성급 비지니스 호텔들이 모여있던 지역에 올스위트로 꾸며진 객실만 1600개에 달하는 대형 호텔이 들어선 것이다. 전 세계 750개에 달하는 하얏트 그룹 호텔 중에서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남해와 기장에서 한국형 럭셔리 리조트를 선보인 아난티도 제주에 출사표를 던졌다. 아난티는 한라홀딩스와 손 잡고 김녕해수욕장 등이 있는 제주 구좌읍 일대에 63만평 규모의 숙박·레저 시설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골프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레저·문화 콘텐츠를 담은 럭셔리 리조트를 선보인단 구상이다.
특급호텔들이 코로나 리스크에도 연달아 호텔 간판을 다는 배경엔 제주도 여행호황이 있다. 제주는 방한 외국인 여행객이 여전히 '제로(0)'에 수렴하고 있지만, 이 빈자리를 해외여행을 포기하거나 골프레저를 노리는 국내여행객들이 채우고 있다. 제주관광협회 집계결과 지난해 내국인 입도객은 1196만명으로 전년 대비 19.3%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356만명의 89%로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달엔 내국인만 105만명이 입도, 역대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여행수요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한 제주 지역 특급호텔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막힌 상황에서 소비 전반이 국내여행으로 쏠리며 제주, 이 중에서도 특급호텔이 수혜를 입었다"며 "해외여행이 차츰 풀리며 여행수요 이탈도 우려되지만 반대로 코로나 이전처럼 방한 외국인 여행수요가 제자리를 되찾을 수 있어 호텔 특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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