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사모펀드(PEF)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전격 인수해 2대주주로 올라선다. 단순투자 목적이라는 설명이지만, 코로나19 극복, 아시아나항공 합병 마무리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한진칼이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호반건설은 28일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940만주(지분 13.94%)를 5640억 원에 현금으로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목적은 단순투자로, 취득 예정일자는 다음 달 4일이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KCGI의 한진칼 보유지분은 17.41%(1162만190주)로,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20.93%)에 이어 2대 주주였다. 이어 반도건설 17.02%, 델타항공 13.21%, 한국산업은행 10.58% 등이 주요 주주였다. 호반건설은 KCGI의 잔여지분과 신주인수권 등에 대한 콜옵션도 갖고 있어 이를 행사할 경우 보유지분은 17.43%로 KCGI를 대신해 2대 주주로 올라선다.
KCGI는 2018년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뒤 2020년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3자 연합을 맺어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하지만 2020년 12월 주요주주였던 산업은행이 조 회장 편에 서면서 경영권 다툼에서 사실상 밀린 상황이다. 델타항공과 산업은행 등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44.72%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진칼 지분을 보유할 실익이 없다고 보고 매각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호반건설의 지분 인수를 놓고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호반건설은 공시한대로 이번 지분 인수 목적이 '단순투자'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단순 투자는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호반건설이 2015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둔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했던 전력이 있고 2019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참여 당시에 "건설업과 항공업이 만나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인수 의지를 보였었다. 이번 한진칼 지분 인수 역시 항공업과의 연계성을 가지려고 하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 나오는 이유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합병이 성사될 경우 경쟁력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분 17.02%를 보유한 반도건설과 연합해 조 회장측과의 지분 경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반도건설과 지분을 합친다고 해도 여전히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과 조 회장 우호지분 합에 미치지 못한다. 반도건설측도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 인수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협의도 없었다"며 "더이상 경영권에 관심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호반건설이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향후 입장을 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건설도 2020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 당시 처음엔 '단순투자'로 공시했다 이른바 3자 연합 구성 후 '경영참여'로 투자 목적을 변경한 바 있다. 호반이 이미 연합이 끝난 3자 연합측이 아니라 조 회장쪽과 교감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 측은 "지분매각과 인수는 KCGI와 호반에서 한 것으로 아직 그 의도를 알수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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