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최근 3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평생 입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행이 지나지만 체형도 달라져 나중에는 못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요즘엔 싸고 트렌디한 SPA(패스트패션) 제품이 넘쳐나니 더욱 그렇다. 책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시 보지 않은 책은 평생 다시 볼 가능성이 낮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면서 실용 전문서적은 사실상 10년이 지나면 다시 볼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때 묻은 책이나 추억이 서린 옷을 버릴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람은 어떨까. 최근 3년간 한 번도 연락을 주고받거나 통화한 적이 없는 사람은 사실 추억 속의 소중한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옥스퍼드대학의 로빈 던바 교수는 침팬지 등 영장류나 호주 등 원시부족에서 평균 주민의 규모가 150명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현대인간의 시회적 관계에도 적용해 인간이 개인적으로 잘 알고 믿고 감정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실질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최대치는 150명이라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를 주장했다. 사회적 교류가 커지는 현대사회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수천 명의 온라인 친구가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현실을 보면 상당부분 이해가 간다.
많다고 좋지 않은 영역은 또 있다. 투자가 그렇다. 많은 사람은 분산투자가 좋다고 믿지만 사실 일반투자자들은 집중투자(Focus Investment)를 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분산투자보다 집중투자를 권하고 실제 본인도 그렇게 해서 대부호가 됐다. 현실적으로 수많은 기업에 분산해 투자를 한다면 그들 기업의 영업내용, 공시, 시장환경을 어떻게 일일이 파악할 것인가. 펀드매니저조차 힘든 작업이다. 분산투자를 하려면 가장 잘 분산된 인덱스펀드나 ETF에 투자하는 게 맞다. 집중투자라고 해서 흔히 한 기업에만 투자하는 '몰빵투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판단하는 서로 다른 업종의 5개 이내 기업을 면밀히 관찰하고 충분히 공부한 후 그중 2~3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투자 이후엔 철저히 해당 기업의 실적, 지배구조, 산업변화 등 모든 것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장기투자도 가능해진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완전히 분산된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결코 많다고 좋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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