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 만난 젤렌스키 "'탈나치화' 계속 요구하면 협상은 없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2.03.28 08:37

[우크라 침공] 우크라 대통령,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의 5차 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탈나치화를 계속 고집할 경우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입장은 다소 완화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 간 5차 협상은 터키에서 열릴 예정인데, 우크라이나 측은 개최일을 28~30일로, 러시아 측은 29~30일로 발표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언론과 러시아어로 진행한 온라인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비무장화'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협상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이 '비무장화'나 '탈나치화'에 관한 것뿐이라면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을 것"이라며 "(비무장화, 탈나치화 논의는) 절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요구하는 비무장화는 우크라이나 주요 군사 전력을 무력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탈나치화는 '반 러시아·친 서방'을 추구하는 민족주의 성향의 우크라이나 지도부 퇴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세운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협상 지연의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게 돌렸다. 그는 "러시아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푸틴 대통령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갈등을 길게 끌고 있다"며 "(협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나와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달 이상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이 필요하고, 푸틴 대통령이 하루빨리 이에 응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양측 대표단의 평화협상에서 합의점을 찾기 전까지 정상회담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르비우가 러시아 군의 공습을 받고 있다. /AFP=뉴스1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비무장화, 탈나치화 이외 다른 요구와 관련해선 적극적으로 논의할 의지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제3자의 보장과 국민투표 진행을 조건으로 달았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비핵보유국 지위, 안전보장 그리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허용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 문제와 관련해서도 타협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크름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이 영토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한다. 이는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타협이라는 표현을 쓴다. 모든 것(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점으로 돌아가서 어려운 돈바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내 대표 분쟁지역으로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병합 이후 8년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 교전이 끊임없이 지속됐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8년간 돈바스에서 집단학살이 자행돼 왔다.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통해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선언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 언론규제 당국인 로스콤나드조르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한 자국 매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성명에서 "다수의 러시아 매체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를 보도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은 조사를 통해 인터뷰 내용과 공개 등에 대한 법적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와 의회는 최근 법 개정을 통해 러시아군 활동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할 시 최대 15년의 징역형의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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