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빼돌렸지?" 품귀현상에 잇따른 횡포 …"판매 않겠다" 선언하는 편의점도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오진영 기자 | 2022.03.27 16:25
#지난 16일 밤 11시쯤 경기도 성남시의 한 편의점. 한 50대 여성이 들어와 직원에 '포켓몬빵 없냐'고 물었다. 여성은 처음에는 '두 아이에게 주려는데 포켓몬빵 있느냐'며 부드럽게 물었다. 하지만 3~4번 물어도 직원이 '없다'고 답하자 돌연 "너희가 빼돌린 것 아닌가" "내가 다 알고 있다"며 화를 냈다. 직원이 '시스템상 빼돌리기 어렵다'고 설명해도 소용 없었다. 화가 잔뜩 난 여성은 계산대 주변의 물건을 손에 잡히는대로 집어 던졌다. 얼마나 세게 던졌는지 사탕 몇개는 깨져버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원만하게 넘어가자'며 여성을 입건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여성은 그날 밤 포켓몬빵을 찾아 편의점 몇 군데를 더 들렀다고 전해진다.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격한 인기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자 일부 소비자가 애꿎은 편의점 직원을 욕하고 매대를 뒤엎으며 공격적 모습을 보였다는 목격담이 쏟아진다. 피해가 쌓이니 아예 '포켓몬빵을 팔지 않겠다'며 두손 든 편의점 점주도 나온다.


'포켓몬빵 숨긴 것 아니냐'는 여성...한 편의점주 "지쳤다"


포켓몬빵은 SPC삼립이 단종 16년만에 재출시한 빵 상품이다. 빵맛도 매력이지만 인기 요소는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본딴 스티커들이다. 희귀한 스티커를 모으고, 시중에 나온 스티커 종류를 모두 모으는 게 젊은층 사이에선 일종의 '놀이 문화'가 됐다.

문제는 높아진 수요를 공급이 뒷받침하지 못해 '품귀 현상'이 생겼다는 점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포켓몬빵은 출시 4주만에 600만여개가 팔렸다. 하루 평균 생산 수량은 20만여개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납품되는 족족 팔린 셈이다. 한 편의점주는 "포켓몬빵이 하루 4~5개씩 들어오는데 10분도 안 돼 다 팔린다"며 "물량을 늘려달라 해도 워낙 사려는 사람이 많아 안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빵 구하기가 어려우니 일부 소비자가 공격성을 드러내는 일도 있었다.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켓몬빵 때문에 편의점에 경찰이 출동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한 중년 여성은 편의점 직원이 '포켓몬빵 품절 됐다'고 하자 '숨긴 것 아니냐'며 물건을 발로 차고 매대를 엎었다.

편의점주 앞에서 상품 박스를 뒤지는 소비자도 있다. 한 편의점주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포켓몬빵 차라리 안 팔고 말겠다"고 글을 올렸다. 게시글에 따르면 점주는 물류 차가 도착해 상품 검수를 하려는데 한 손님이 그새를 못 기다리고 박스 속 물건을 뒤졌다. 점주가 '아직 상품 건드리면 안된다'고 하자 손님은 '왜 이리 불친절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점주는 "이런 손님 상대에도 지쳤다"고 밝혔다.


'무슨 스티커 나올까' 도박 요소…전문가 "식품 마케팅에선 자제해야"



당근마켓에 올라온 포켓몬빵 판매 글. /사진=독자 제보
포켓몬빵 이전에도 사은품을 향한 집착에 부적절한 소비 행태를 보인 사례들이 있었다. 2020년에는 스타벅스가 여행가방 사은품을 증정하자 한 고객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130만원 어치 음료를 주문한 후 마시지도 않고 폐기한 일이 있었다.

포켓몬빵도 스티커에만 관심이 있을 뿐 '빵은 필요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스티커는 자신이 챙기고 '빵 100개를 한개당 1500원에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빵 구매 목적이 제품 안에 들은 스티커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빵마다 어떤 스티커가 들었는지 모르는 '도박성'이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모 패스트푸드 전문점이 세트 상품에 불특정 장난감을 사은품으로 증정해 어린이들 소비를 부추긴 적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20~30대도 캐릭터를 좋아하는 습성을 보이다보니 소비량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SPC삼립도 '뮤'와 '뮤츠' 등 일부 스티커는 생산량을 낮춰서 희소성을 일부러 높이고 있다. 해당 스티커들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다른 스티커보다 비싼 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도박성을 활용한 마케팅이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적어도 식료품 마케팅에선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교수는 "사은품을 얻으려 식료품은 버리는 행태가 자주 등장한다"며 "식료품은 중고 거래가 어려워 폐기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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