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에 몸싸움까지…농어민 시위에 CPTPP 공청회 파행 끝 종료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 2022.03.25 11:40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 가입신청 공청회에 참석한 농어촌 단체 회원들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일본이 주도하는 경제블록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 협정) 가입 신청 문제와 국내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공청회가 농어민 단체의 반대시위로 파행 끝에 조기 종료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오전 9시30분 정부세종청사 12동 대강당에서 'CPTPP 가입신청 관련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와 제조업·농업·어업·서비스업 등 관련 업계 종사자의 의견 청취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2시간으로 계획했던 공청회는 회의장에 참석한 농어촌 단체의 시위에 막혀 한 시간 만에 끝났다.

CPTPP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한 이후 일본과 캐나다 주도로 재구성된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CPTPP 가입 신청 방침을 공식화하고 다음달 중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공청회는 '통상조약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상 가입 계획을 수립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 전문가 등 대국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열렸다.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시위를 진행해 온 '한국농축산연합회·농민의길·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회원 40여명은 일반 방청권을 받아 공청회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들은 공청회 시작 직전인 오전 9시10분쯤 "공청회를 중단하라"는 구호와 함께 시위를 시작했다. 손에는 'CPTPP 가입 당장 철회하라', 'CPTPP 가입 농어민 말살'이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었고,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일부 참가자는 공청회 단상을 막아선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 경찰 관계자가 위법사실 통보를 하기도 했다.

"다양한 의견을 듣기위해 마련된 자리이니 진정해 달라"는 관계자 만류에도 시위가 이어졌고, 산업부 측은 결국 개회 시간인 오전 9시30분이 되자 공청회를 진행했다. 진행을 맡은 전윤종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준비했던 개회사를 읽지 못한 채 "시장 개방에 대한 농어촌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대한 우려를 듣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산업부가 준비했던 △CPTPP 개요 및 추진경과 보고 △CPTPP 가입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CPTPP 가입관련 국내 보완대책 방향 등 발표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전윤종 실장은 "제조업과 농어촌 산업 등을 담당하는 (부처) 국장들이 대책을 설명하겠다"고 공지했으나, 시위대는 "공청회를 중단하라", "CPTPP 가입을 철회하라"는 구호로만 대응했다. 산업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부처 담당자들은 발표문 소제목만 형식적으로 읽은 채 발표를 마무리했다.

참석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파행도 여전했다. 전윤종 실장은 "농어촌 관계자 1명씩 의견을 듣겠다"고 마이크를 넘기려 했으나 시위대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겨우 마이크를 넘겨받은 농어민 단체 한 회원은 단상을 향해 "농어촌을 팔아먹은 자리에 앉아있어도 되겠냐"며 "당신들이 책임질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저도 경북 영주에서 자라 어릴 적 소여물을 주면서 자랐다"며 농민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시위대는 "한 번이라도 농어촌 의견을 들어봤느냐"고 반박했다.

결국 전윤종 실장은 공청회 시작 한시간이 채 안 된 오전 10시15분쯤 회의 종료를 선언했다. 전 실장은 "충분히 의견 개진 못한 부분은 서면을 통해 제출을 해달라"며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반영해서 다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당초 충분히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기 위해 발표 후 1시간10분가량 종합토론을 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참가자의 항의만 들은 채 마무리했다.

공청회 파행으로 의견개진 기회를 잃어버린 일부 참가자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경남 통영에서 어민들과 공청회에 참가했다고 밝힌 한국자율관리어업공동체 통영시연합회 감사 김석진씨는 "이런 것(공청회)은 처음 본다"며 "CPTPP 관련해서 질문도 하고 답도 받고 보완책을 듣고자 왔는데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청회에서 설명을 듣은 내용을 지역 주민과 논의하려고 했는데 토론 문화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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