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바이오는 이제 시작이다

머니투데이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전무 | 2022.03.24 02:05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전무 /사진==
한국 바이오산업은 도입기, 성장기로 이어지는 일반적 산업사이클 그래프에서 보면 어디쯤 위치하는가.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관점과 근거들 또한 다양할 것이지만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필자는 한국 바이오산업은 아직은 도입기다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겠다. 오랜 개발기간과 막대한 연구·개발자금 소요, 그리고 까다로운 인허가문제 등으로 바이오기업들이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아직도 생명현상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고 그만큼 개발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도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바이오는 항상 도입기다.

바이오산업의 유행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한 시기마다 특정 분야에 쏠리는 경향을 보였고 단기간의 유행에 따라 기업가치의 부침이 이에 따라다니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줄기세포에 환호한 시기가 있었고 항체치료제를 포함한 바이오로직스 기업들의 출현, 최근 유전자 치료제, 디지털 헬스케어 그리고 진단 영역까지 특정 시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분야와 관심도는 늘 변했고 우리가 기대한 성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한국 바이오산업은 이제 막 시작이다. 물론 일부 바이오기업은 분명 성장의 길을 가고 있고 나름의 성과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억울할 수 있겠지만 바이오산업 전체를 정의하자면 아직은 성장기에 올라갔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 바이오기업들과 해외 바이오기업들에 투자하면서 인식의 차이를 종종 느끼게 되는 지점이 몇 가지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자금조달 과정, 즉 유상증자 형식으로 신주식을 발행하는 것에 시리즈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첫 번째 유상증자는 시리즈A, 두 번째 유상증자는 시리즈B로 정의하며 회사가 몇 번의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기업의 업력이 비례해 길어진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외 바이오기업들은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따라 기업의 업력을 정의하고 인식한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라면 임상2상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초기기업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상당히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인식이다.


미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의 임상시험 단계별 성공률은 임상1상에서 52%, 임상2상에서는 28.9%, 임상3상에서는 57.8%라는 최근 10년 간의 데이터 분석결과를 보여주는데 보통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1상과 효능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대규모 임상에 들어가는 임상3상의 성공확률에 비해 의약품 후보물질의 효과성을 확인하는 임상2상에서 성공률이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즉, 임상2상까지 어느 정도의 개발기간이 소요됐고 어느 정도의 개발비가 투자된 것과 상관없이 아직도 의약품으로서 허가 가능성이 30%가 채 되지 않기에 초기기업의 리스크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은 바이오기업들의 업력을 좀 다르게 인식하는데 보통 창업 후 3년 이내 시기에 시리즈 A나 B정도까지 진행한 기업들을 초기기업이라고 하며 그 이후는 성장기에 있는 기업으로서 바라보게 된다. 바이오회사의 단계는 연구·개발 단계에 중심을 둬야 하기에 이러한 인식은 일종의 착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초기기업과 성장기업에 요구되는 모습은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초기기업으로 보든 성장기에 있는 기업이라고 정의하든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연구단계에 있든, 임상단계에 있든 분명히 개발의 초기단계라고 정의할 수 있는 기업들이 성장기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인식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현재 모습을 정확히 진단하고 인식한다면 내실을 다지고 의미 있는 결과들을 보여주는 시기를 지나 곧 마주할 성장의 의미를 누릴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술 없이 못 산다…음주 후 과격해져" 옛 매니저 증언
  2. 2 '재테크 고수' 이효리 어쩌다…2년 전 산 빌딩 '텅텅' 이유 봤더니[스타&부동산]
  3. 3 법정 선 이승기 "데뷔전부터 권진영이 폭행·폭언…30억 받으면 기부"
  4. 4 수갑 찬 김호중, 쏟아진 질문에 "죄송"…이르면 오늘 저녁 구속 결정[영상]
  5. 5 "강형욱, 훈련사들 존대"…해명 영상 본 반려인이 남긴 경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