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유 창조' 현대중공업···100년 기업 발판 마련한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22.03.22 16:34

23일 창립 50주년···정기선 사장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대표로 선임···책임 경영 본격화


"백사장 바닷가에 소나무 선 사진을 찍어서 다니며 배를 파는데, '당신이 배를 사 주면 영국 정부에 배가 팔렸단 증명을 해 영국 정부로부터 돈을 빌려 여기(바닷가)서 조선소를 만들어 당신 배를 만들어 주겠다. (좌중 웃음) 참 긴 이야기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981년 한 방송사가 마련한 '나의 경영철학'이란 제목 특강에서 소개한 일화다. 배를 팔아본 경험도, 조선소조차 없었던 회사가 그리스 선주로부터 기적처럼 배 두 척 계약을 따냈다는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거짓말같다. 올해로 50돌을 맞은 세계 1등 조선기업 현대중공업의 유명한 탄생 일화다.


'미포의 기적' 현대중공업 창립 50주년···인도 선박수만 현재까지 2200여척


현대중공업그룹이 23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1972년 3월23일, 한적한 울산 미포만 어촌 마을에서 '조선입국' 기치 아래 조선소 설립을 시작, 2년 만인 1974년 6월 울산조선소 준공식과 조선 1·2호선 명명식을 동시에 열었다. 조선입국이란 조선산업으로 국가 발전 기초를 세우겠단 뜻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역사는 대한민국 경제사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동시에 진행한 것은 세계 조선사에 유례없는 도전이었다.

고 정 명예회장은 "공장이 먼저 되면 공장을 먼저 짓고 도크도 파기 전에 배 엉덩이만 들어갈 때 배 엉덩이를 들이밀면서 그렇게 배를 주문 맡아 2년 만에 배 명명식을 했다"고 회고했다.

고 정 명예회장 스스로도 '한심한 이야기'라고 할 정도로 우여곡절끝에 만들어진 현대중공업은 창립 11년 만인 1983년 선박 건조량 기준 세계 1위 조선소에 올라 1985년 일본 '다이아몬드'지에 소개됐다.

초고속 성장일 뿐만 아니라 1973년, 1978년의 오일쇼크를 겪은 터에 이룬 성과라 더 값졌다.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도 조선업 분야 세계 정상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22일 0시 기준 현대중공업이 인도한 선박 수만 52개국 343개 선주사에 2234척이다. GT(Gross Tonnage·톤) 기준 1억5900만톤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분야도 육성했다. 1977년 발족한 중전기사업부는 현재 현대일렉트릭으로, 1988년 설립한 현대로보트산업은 현재 현대로보틱스로, 1989년 설립한 현대중장비산업은 현재 현대건설기계로 각각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2년 계열분리돼 현대중공업그룹으로 출범한 뒤에는 다양한 분야로 사업 확장을 꾀해 글로벌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했다. 2002년 현대삼호중공업 인수를 시작으로 2010년 현대오일뱅크, 2021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굵직한 기업들을 품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 그룹 정점에 선 현대중공업지주는 올해 HD현대로 사명을 변경하는 등 새 출발을 예고했다.



3세 정기선 시대 본격 개막···'퓨처빌더'로 새로운 성장 예고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사진=머니투데이DB

지난 50년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새 50년을 준비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 1월 CES 2022에 참가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한 장면이다.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로 꼽히는 CES에 대형 상선제조사가 참가한 것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처음이었으며 이는 제조업을 넘어선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겠단 의지를 선포한 것이기도 하다. 조부에 이어 손자도 현대중공업 역사에 있어 또 다른 혁신과 도전의 장을 써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고 정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는 이 자리에서 그룹의 미래비전으로 '퓨쳐빌더'를 제시했다. 정 대표는 "다가올 50년은 세계 최고의 퓨쳐빌더가 돼 더 지속가능하고 더 똑똑하며 그리고 더 포용적인,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사장으로 승진한 정 대표는 22일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됐으며 오는 28일 열릴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로도 선임 예정이다. 본격 책임경영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일 새 성장은 이미 가시화중이다. '아비커스'로 대표되는 자율운항기술, 지난해 밝힌 해양수소 밸류체인 구축,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기술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특히 아비커스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최초로 시도된 '스타트업 1호' 기업이자 정 사장이 기대를 건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아비커스는 올 해 자율운항기술을 통한 대형상선의 대양횡단을 앞두고 있다.

해양수소 밸류체인 구축과 관련해서는 2025년까지 100MW규모 그린수소 생산플랜트를 구축하는 한편 세계 최초로 2만㎥급 수소운반선 개발 계획도 알렸다.

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식음료, 방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로봇 출시를 예고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건설현장의 무인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문을 열 판교 글로벌 R&D센터(GRC)는 5000명에 달하는 그룹 R&D 역량을 한 곳에 결집시켜 향후 그룹의 심장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창립기념일 하루 뒤인 24일 기업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망하는 기념 영상 및 최고경영자(CEO)와 고객, 임직원의 축하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상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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