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는 군사력만으로 결정나지 않는다. 일선에서 전투부대가 잡념 없이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급도 원활해야 하고, 무엇보다 나라 안이 안정돼있어야 한다. 이른바 내정의 중요성이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병참도 혼란에 빠진다.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창업자 이해진과 김범수가 직접 지휘봉을 들었다. 각 그룹은 라인과 픽코마로 일본을 정벌하고, 이제 유럽과 북미 등 거대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두 창업자 역시 내정을 챙기기 위한 인선을 마쳤다.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는 '81년생 파격 인사'로 알려졌지만, 무엇보다 법률 전문가다. 최 대표를 선임한 배경에는 지난해 구성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인사사고가 발생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참사 당시 빈약했던 인사팀을 강화하고 성장한 덩치에 맞는 준법경영체계를 갖추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새 컨트롤타워인 CAC(카카오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를 맡게 된 홍은택·김성수 부회장이 해야할 일도 명확하다. 김범수 창업자와 남궁훈 대표가 각각 해외 공략과 먹거리 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처럼 카카오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사업 동력을 잃는 일이 없도록 집안 살림을 빈틈 없이 챙겨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주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 역시 두 기업이 좁은 내수시장에서의 안락한 사업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승리하길 바란다. 전투 일선에 나선 두 창업자의 어깨를 가볍게 할 수 있도록 내정을 맡은 이들 역시 전투태세로 회사 내부의 잡음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게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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