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모씨(32)는 최근 LG전자의 식물생활가전 '틔운 미니'를 구입했다. 식물을 재배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유선형의 액자식 디자인이 신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씨는 "책상 위에 올려두면 분위기가 산뜻해질 것 같아 구입했다"라며 "성능에는 관심이 없지만 디자인이 화분처럼 예뻐 최근 유행하는 포켓몬빵처럼 '소장가치'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젊은 연령대의 'MZ세대' 사이에서 세련된 디자인의 가전제품이 호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진 MZ세대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디자인에 서슴없이 지갑을 연다. '디자인 가전'이 인기를 얻자 업계도 MZ세대를 겨냥한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고성능은 물론이고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이 새 트렌드가 됐다는 평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확대되는 가전 시장에서 '디자인 가전'의 비중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통계청은 지난해 국내 가전 매출이 2020년과 비교해 8.5% 가량 성장한 32조 364억원이라고 집계했다. 코로나19로 다른 분야의 수요가 가전으로 몰리면서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여행·캠핑 등 야외 취미의 주 수요층이었던 MZ세대가 가전 주 소비자가 되면서 성능 외에 디자인이 새 구매요소가 됐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LG 틔운 미니'가 사전 판매 시작 6일만에 조기 완판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틔운 미니는 씨앗과 물, 영양제를 넣고 LED 조명만 켜면 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신상' 가전이다. 깔끔한 디자인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문이 몰려 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이 붙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다용도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는 출시 6개월도 되지 않아 3만 7000여대가 팔렸다. 역시 인테리어 소품으로 적합한 디자인이 각광받았다.
업계는 최근 '완판'된 가전들이 공통적으로 고성능은 물론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가전제품의 디자인만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젊은 소비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차별화된 성능이나 디자인을 높게 평가한다"라며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치가 있다면 꼭 필요하지 않아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주요 기업들은 점차 디자인 부문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LG전자는 최근 트롬 세탁기 오브제컬렉션, LG 올레드 TV, 듀얼업 모니터 등 3개 제품이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또 지난해 러시아 유명 디자이너들과 함께 공간 인테리어 가전 시장 확대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호평받은 '비스포크'(맞춤제작)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올 초 출시한 고가의 '인피니트 비스포크'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업계는 확대되는 '디자인 가전' 시장에 발맞춰 점차 인테리어 소품으로 기능하는 가전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가전기업이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거나 디자인 부서를 확대해 차별화된 고객경험 구현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디자인에 민감한 MZ세대 공략을 위해서는 '가성비'보다는 고성능·세련된 제품 출시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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