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새 정부의 '해묵은 숙제'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2022.03.23 02:03
최준영 위원
치열했던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조만간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5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정권은 의욕이 넘친다. 백지에 멋있는 그림을 그려서 5년이라는 시간에 국민들 앞에 내놓고 싶은 마음은 어느 정권이나 동일하다. 하지만 현실은 백지가 아니다. 제시한 공약을 실천하는 것 외에도 챙기고 보듬어야 할 일이 넘쳐난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국가적 과제는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뤄놓은 과제가 새 정부 앞에는 유난히 많이 놓여 있다.

제일 오랫동안 미뤄놓은 과제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입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다는 것은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원자력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에 쌓이는 사용후핵연료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중간저장시설 건립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어디에 결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결정은 계속 미뤄지다 오늘에 이르렀다. 원자력발전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결정할 때가 됐다.

인수위원회에 별도 지역균형발전TF(태스크포스)를 설치할 정도로 균형발전에 관심이 높다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최근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지만 뚜렷한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다. 기왕에 시작한 사업을 다시 추진해서 지역균형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과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업을 왜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이 엇갈린다. 이전할 것인지 아닌지부터 시작해서 이전한다면 어디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험난한 여정이다.

연금개혁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군인연금 등의 개선과 변화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동감하지만 지난 5년간 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결정이 없었다. 국민의 노후와 미래세대까지 아우르는 모두가 괴로운 결정을 피하고 싶지만 빨라지는 고령화 속도와 저출산 경향의 강화는 예정보다 더 빠른 결단을 요구한다.


시간이 정해진 과제도 있다.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쓰레기문제도 2025년까지 해결해야 한다. 현재 사용하는 수도권매립지를 2025년까지만 사용키로 결정한 이상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서울, 경기, 인천이라는 광역지자체의 일이라고 중앙정부가 바라만 보기에는 너무 큰 이슈이기 때문이다.

6공화국 시작 이래 대통령 취임 때 높은 지지율은 퇴임 때 반토막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지지율을 무기로 인기는 없지만 해야 할 일을 결정하고 결단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지지율과 미래의 가치를 맞바꾸면서 대한민국은 성장한 것이다. 5년 단임제라는 제도에서 지지율이라는 것에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퇴임 때 초라한 모습으로 보인 대통령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와 역할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선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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