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청와대 이전'에 첫발을 뗐다. 대한민국 정치사를 상징하는 전직 대통령들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인 청와대의 문제점을 인식했지만 매번 경호와 비용 등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다. 정계 입문 8개월 만에 대선을 치른 윤 당선인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지 단 열흘 만에 철옹성 청와대를 허물기 시작했다.
주위의 우려와 비판에는 정면 돌파로 나섰다. 윤 당선인은 20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밝혔다. 왕조시대를 연상케 하는 구중궁궐의 폐쇄적 청와대 구조를 그대로 놔두고서는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반대 여론이 설사 많더라도 "(지도자의)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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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 못 나온다' 판단…속도전 승부수━
인수위 안팎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들이 집무실 이전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로 속도전을 못했다고 봤다.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등은 집무실 이전을 공약하거나 추진 혹은 검토했지만 모두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로 들어갔고 다시 나오지 못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쏟아지는 국가 현안 탓에 시작할 때 못하면 중간에 나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단'에는 평생 부패 수사를 해온 검사 출신으로서 경험도 담겼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당선인은 과거 권력 비리 수사를 하면서 청와대 참모진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지켜봤다. 청와대 해체 공약은 당선인이 권력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에 내놓은 공약"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약속은 지킨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선거 직전까지 청와대 해체와 5월10일부터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서는 집권 후 다른 정책들도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애초 제시했던 '광화문 집무실' 공약이 검토 결과 시민 불편 야기 문제 등으로 어려워지자 용산으로 바꿔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제가 어렵다고 또다시 국민과 약속을 저버린다면 이제 다음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과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를 헤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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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확실한 변화" 결단력 평가…논란 수습 과정, 정치력 시험대 올라━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여가부 폐지와 달리 당선인이 처음부터 할 수 있는 것을 결단해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로나 위기 대응 등 켜켜이 쌓인 난제를 해결하는데도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기 상황을 타개할 리더십에서 추진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마음먹은 건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적잖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청와대 이전 문제를 중심으로 분란을 일으켜서 자기 이익을 도모하려는 정치세력들이 있다"며 "당선인이 이런 반응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취임 전에 어느 정도 잘 정리할 수 있느냐가 정치력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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