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할 공공기관들이 정부와 철학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과 공공기관장들의 임기가 비슷하게 시작되고 끝날 수 있도록 향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기업 36개 중 사장 임기가 절반(1년6개월) 이상 남은 곳이 30개사(83.3%)인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랜드와 한국가스기술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임기가 보장된다고 가정할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해도 대부분의 공기업 사장직에 대한 인사권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제28조에 따르면 공공기관 기관장 임기는 3년, 이사·감사 임기는 2년이다. 기관장을 포함한 이사들은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올해 안에 사장 임기가 끝나는 공기업은 한국가스공사(7월)와 한국지역난방공사(9월), 한국수력원자력(4월) 뿐이다.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공기업은 현재 한국수자원공사(2023년 2월)와 한국항만공사(2023년 3월), 한국도로공사(2023년 4월) 등 3곳이다. 임기 연장 절차를 밟고 있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연임될 경우 내년 4월 임기가 종료된다.
사장이 임명된 지 6개월이 안 된 공기업들을 놓고는 이른바 '알박기' 논란도 일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2021년 10월), 한국철도공사(2021년 11월), 대한석탄공사(2021년 11월), 여수광양항만공사(2021년 12월), 에스알(2021년 12월), 한국공항공사(2월), 한국마사회(2월) 등 7개사다.
합법적으로 공기업 사장을 해임하기 어려워진 새 정부는 정권 교체기마다 감사원이나 수사기관 등을 동원해 기존 사장들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피해가 발생했다. 무리하게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종용한 장관이 법적 처벌을 받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있었다.
일각에선 정권초 임명한 공공기관장에 대해선 능력이나 도덕성에 큰 문제가 없다면 3년 임기 후 1년씩 연임토록 해 차기 정부에서 자연스레 교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공공기관장의 임기보장을 축소해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되 대신 감사의 임기를 보장해 공공기관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상엽 연세대 교수는 "(공운법상)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공공기관장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일치시켜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며 "반면 감사의 경우 독립성이 요구되는 만큼 법으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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