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팔아 번 돈을 증명하라"...위메이드 정정공시 진짜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22.03.18 05:23
(성남=뉴스1) 김명섭 기자 =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 암호화폐(위믹스)를 예고 없이 대량 매도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위믹스는 게임 내에서 번 돈을 현금화하기 위한 암호화폐로 위메이드가 대량 매도하면서 가치가 큰폭으로 하락했다. 사진은 12일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본사 모습. 2022.1.22 뉴스1
위메이드가 지난해 매출의 40%를 차지한 가상자산(암호화폐) 위믹스 매각 대금을 매출이 아닌 부채로 계상했다. 코인을 직접 발행한 뒤 팔아서 생긴 돈은 매출이 아니라 '부채'로 잡는 게 맞다는 회계법인의 조언에 따라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지난해 매출액을 3372억원으로 정정공시했다. 당초 위메이드는 2021년 매출액을 5605 억원으로 책정했다. 자사 코인인 '위믹스' 를 매각해 현금화 한 2555억원을 4분기 매출에 더한 값이다.

위메이드 측은 "3월 사업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감사인이 '(위믹스 매각 대금을) 선수수익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며 정정공시 이유를 설명했다.



'산' 코인과 '발행한' 코인 매각대금 기준 달라… 매출? 자본? 부채?



가상자산을 팔아서 번 돈을 회계상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지침은 아직 명확지 않다. 해외 사례를 봐도 아직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다.

일반 회사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시장에 풀려있는 코인을 산 경우 재고자산으로 취급한다는 정도의 가이드라인만 있다.

지난 2019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가상자산은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판매나 중개를 위해 보유하는 경우는 재고자산으로 보고 그 외에는 모두 무형자산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

무형자산으로 책정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취득원가보다 하락하면 그 차액을 분기마다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이익으로 잡을 순 없다.

실제 비트코인을 대량 구매한 테슬라는 2020년 재무제표에 '디지털 자산' 항목을 신설해 표기했다. 같은 해 미국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보유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자 '디지털 자산 손상' 으로 처리한 기록도 있다.

위메이드처럼 상장사가 코인을 직접 발행하고 보유 물량 일부를 시장에서 팔았을 때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인 매각 대금의 경우 입출금 내역이나 은행 잔고 거래로 '증빙'할 수는 이겠지만 장부에 어떻게 표시하느냐의 문제는 아직 회사별 판단에 따르고 있다"며 "금감원과 금융위, 회계기준원에서 현재 감독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코인 매각대금 중 원금과 수익금, 차익실현금액 평가 기준도 모호하다. 예컨대 위메이드가 위믹스 유동화 자금으로 발표한 2555억원은 발행가액을 0원이 아닌 가산자산공개(ICO) 당시 공모가와 판매가 차이를 뺀 대금으로 할 것인가의 여부가 쟁점이다. 또 시장 유통 코인과 회사 보유 코인 가치를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위메이드 "명확한 회계기준 없어 혼돈…정부 지침 따를 것"


위메이드는 명확한 회계 지침이 결정되면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지난 1월 재무제표를 발표하던 당시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아 위믹스 유동화 매출을 매출로 인식했다"며 "사업보고서 제출을 앞둔 시점에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매출 인식 시점이 불확실한) 선수수익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는 최종 의견을 받아 정정공시를 내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제 회계기준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지침이 결정되면 이를 따를 것"이라며 "아직까지 블록체인 사업 관련 회계 기준이 모호하지만 회계법인과 관련 기관과 꾸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상장사의 가상자산 발행 및 매각 문제가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직접 발행하는 위메이드뿐만 아니라 자회사를 통해 발행 중인 다날, 최근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컴투스 등 상장사의 재무제표 이슈가 줄줄이 남아있어서다.

앞서 자본시장 연구원은 " 상장법인이 공시 등의 규제 없이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가상자산 매각 대금을 매출로 잡아 배당금을 2배 이상 늘린 점 등은 자본시장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회계 담당자들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거래소의 재무책임자는 "일반 기업이 발행하는 가상자산을 부채의 성격으로 표기하는 추세"라며 " ICO에 따른 보유물량, 시장에서 매입한 물량, 자체 발행한 물량에 대해 차별적 기준을 만드는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회계기준 관련 연구용역을 맡기고 세부 감독 지침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추후 지침이 나오면 기존 기업들에 계도기간을 주고 재무제표 수정 등의 조치를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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