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동·호수' 라이더 수백명이 본다?..배달앱 개인정보 노출 논란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22.03.17 06:1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달 플랫폼이 음식 주문시 고객의 '동, 호수' 등이 포함된 개인 주소정보를 실제 배달을 수행하지도 않는 다수 라이더(배달원)에게도 제공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관행이라고 설명하지만, 고객 정보를 활용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전날부터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의 '일반배차모드'에서 배차 전 고객의 상세 주소 숫자정보를 마스킹(가리기)해 노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배달 고객의 '동·호수' 정보를 가리는 방식이다. 기존 '배민동 103-2 커넥트아파트 102동 804호'로 표기되던 주소 정보는 앞으로 '배민동 103-2 커넥트아파트 ***동 ***호'로 나온다. 실제 배차돼야 해당 라이더가 나머지 상세 주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방식은 최대 5㎞(킬로미터) 이내에서 활동 중인 라이더라면 누구나 상세정보가 들어간 '콜'(주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배달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에 이르는 라이더가 자신이 수행하지도 않는 고객의 '동, 호수' 정보까지 알 수 있게 된다.



배달 중이어도 '동, 호수'까지…라이더는 '똥콜' 피한다지만


특히 다른 배달을 수행 중인 라이더까지도 이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지나친 개인정보 공개라는 지적을 받았다. 누구나 쉽게 라이더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배달 온 척'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과거 일부 라이더는 고객의 주소를 사적으로 이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배민 관계자는 "기존에도 고객 주소를 배달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었다"면서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안 측면에서 정책을 적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라이더에 고객 상세주소가 노출되는 상황은 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진다. 단건배달을 제외한 일반대행을 수행하는 생각대로, 부릉 등과 같은 배달대행사는 여전히 다수 라이더에게 '동, 호수'가 담긴 고객 정보를 제공한다. 일부 대리기사, 택배 등도 마찬가지다.


이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라이더가 선호하는 콜만 받길 원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배달이 용이한 콜을 골라 받는 것이 일종의 권리처럼 여겨진다. 지나치게 고층이거나 오래 걸어야 하는 지역의 경우 배달 시간 대비 수익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일부 라이더들은 배민의 조치를 두고 일명 '똥콜'을 처리하기 위한 '낚시질'을 한다며 반발한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목으로 라이더에게 '똥콜' 배차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3자 제공 동의 받았어도 '최소 처리' 원칙지켜야"


서울 마포구 망원로 일대에서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방한용품을 착용하고 근무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 같은 업계 관행으로 두고 개인정보보호 주무 부처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위법은 아니지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봤다. 개보위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라이더들한테 주는 게 아니라 꼭 배달에 필요한 라이더한테만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보위가 지난해 1월 입법예고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형식적 동의 현상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인정보를 구분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무작위하게 제3자에 제공되는 상황은 지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3자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고 '최소 처리'의 원칙이 있다"며 "최소한 범위 내에서 수집 이용을 하고 목적의 범위 내에서 제공을 해야 하는데 굳이 '동, 호수'까지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범죄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하기 때문에 시스템으로 관리를 해야 하고 각 플랫폼이 자율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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