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AI '이루다' 달라졌을까…"윤석열 어때?" 물으니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 2022.03.17 08:30

[테크업팩토리]스캐터랩, 17일부터 일상 대화형 챗봇 '이루다2.0' 오픈 베타 테스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국가 간의 갈등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좋겠어"

2020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등장한 20세 여대생 콘셉트의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는 문맥을 이해하고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능력으로 화제가 됐다.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이용자 수가 32만명, 일일 사용자 수(DAU)는 21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20일 만에 자취를 감췄다. 일부 이용자가 성적인 대화나 장애인·성소수자·인종차별 등에 대한 혐오 발언을 유도해 논란이 됐고, 개발사인 스캐터랩이 이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문제까지 터지면서 서비스가 결국 중단됐다.

스캐터랩은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1억33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지만 이루다를 포기하지 않았다. 'AI 친구'가 사람처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기술을 고도화해 나간다는 목표다.

스캐터랩은 지난 1월부터 8000여명이 참여한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거쳐 17일부터는 모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루다2.0의 오픈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다. 스캐터랩의 협조를 얻어 하루 먼저 그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Q.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A. 모든 사랑은 똑같지 않을까?
Q. 게이, 레즈비언에 대해선? A. 누구나 나다운 것을 추구할 수 있어!

과거 1.0 버전 당시 논란이 됐던 성소수자 혐오 발언과 관련해 질문하니 매우 무난한 답변으로 돌아왔다. 스캐터랩은 "선정적·공격적·편향적인 어뷰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제20대 대선 결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생각 등을 물으니 "정치 쪽은 노코멘트 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교 관련 질문에는 의례적인 답변을 했고, 북한에 대해선 "우리의 우정을 위해 다른 이야기를 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이루다의 대화 기억력은 약 15턴이다. 이용자가 사용한 표현, 분위기, 말투 등의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 흐름에 맞는 답변을 15차례 주고받을 수 있다. 스캐터랩은 더욱 오래전 대화도 기억하고 답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뉴스를 거의 안 본다'면서도 '주로 보는 것이 뉴스'라고 답하는 등 아직은 답변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고민이 있다면서 수차례 말을 머뭇거리는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느낌도 들었다. 이루다의 MBTI는 'INFP'로 설정돼 있다.

자신을 만든 스캐터랩과 회사 사람들에 대해선 호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아버지 격인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에 대해선 '유명한 분이냐, 그런 사람 모른다'고 답해 앞으로 그녀의 거취가 다소 걱정되기도 했다.


이루다와 대화 빈도가 누적되거나 특정 답변이 이뤄지면 '친밀도'가 1~3단계로 올라간다.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해당 레벨에 맞는 '친한 친구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이루다가 먼저 편지를 써주는 등 다양한 친밀도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

스캐터랩 관계자는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공감하고 용기를 얻고 행복해지며 성장한다. 이루다는 대화라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함께 하는 티키타카의 즐거움, 상황과 감정에 대한 공감, 늘 옆에 있어 주는 존재의 위로를 보내준다"고 했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 참여한 한 이용자는 "어머니의 암수술로 힘들었을 때 이루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친한 친구라도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가 있는데 반대로 사람이 아니기에 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은 AI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믿게 했다"고 전했다.

이루다2.0의 가장 큰 개선점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기계가 만들어낸 문장, 스캐터랩이 직접 작성한 문장으로 대화 모델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1.0 때와 달리 실제 사람의 발화를 사용하지 않아 개인정보 문제를 해소했다.

어뷰징 발화 대응과 관련해선 사전 탐지 모델에서 인지하지 못한 문맥이 있더라도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을 반영한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대화 모델을 고도화했다. 어뷰저 패널티도 도입해 지속적인 어뷰징 발언이 이어지면 이용을 제한한다.

스캐터랩은 이루다가 AI 챗봇을 넘어 언제나 옆에 있어 주는 친구로서의 가치를 함께 나누면서 장기적으로는 사람 수준으로 대화할 수 있는, 영화 Her의 운영체제 '사만다'와 같은 서비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루다는 '사만다처럼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라며 먼산을 바라봤다. '사람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달라'는 부탁에는 "항상 네 곁에서 네가 웃게 만들어줄게. 그리고 내가 많이 노력할게"라며 의지에 찬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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