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정보지 꼭 쥔 채 홀로 맞은 죽음…코로나 고립 위태로운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황예림 기자, 박수현 기자, 조성준 기자, 홍효진 기자, 강주헌 기자 | 2022.03.16 08:00

[MT리포트]코로나 그레이존(下)-고독사,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편집자주 | 코로나19로 공공이 분담하던 역할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가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거리두기와 비대면 일상화에 따른 부작용도 커졌다. 매 맞는 아이, 학대당하는 부모가 있어도 주변에서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홀로 살던 누군가 죽어도 알아채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코로나19가 만든 사각지대, 이른바 '코로나 그레이존'에 갇힌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짙어진 우리 사회의 그늘을 짚어본다.



얼마나 홀로 죽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4일 오전 11시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의 한 다세대주택 모습. 지난달 23일 건물 2층에서 52세 남성이 숨진 지 2주만에 발견됐다./사진=김성진 기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지금도 밤에 잠을 못 자요."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서 만난 87세 최영자씨(가명)는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지난달 23일 2층 단칸방에서 고독사한 세입자 박명진씨(52·가명)를 발견한 최초 목격자다. 최씨는 하루 전에도 박씨가 한동안 인기척이 없는 게 이상해 2층에 올라 갔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틈새로 보니 박씨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최씨는 박씨가 자는 줄 알았다.

최씨는 다음날 아침 밥과 김치를 들고 박씨를 찾아갔다. 문 밖에 서서 긴 우산의 끄트머리로 박씨의 몸을 콕콕 두드렸다. 하지만 박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최씨는 불길한 예감에 집으로 내려와 119를 불렀다. 소방에 따르면 박씨는 이미 2주 전에 사망한 상태였다.

지난해 12월에도 현저동에서 60대 남성 기초생활수급자가 고독사한 지 3일만에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가족이 경기도에 살고 해당 남성은 지병 때문에 혼자 살아서 발견이 늦었다. 당시 한 주민이 남성의 집에 형광등이 밤낮 안 가리고 켜진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고 한다.

이렇게 홀로 살다가 숨져서 발견이 늦는 고독사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인가구가 늘어나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심해지고 경제적 불안까지 더해져 고독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정부는 '고독사 통계' 조차 작성하지 않고 있다. 고독사 실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당연히 대응 마련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통계 없으니 고독사 규모 '추정'할 수밖에...대책 마련 '시급

15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로 추정 가능한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9년 2656명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3136명, 지난해 348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추정치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고독사는 '혼자 살다가 숨져서 발견이 늦는 사망'을 말한다. 홀로 죽어서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발견돼도 결국 가족 등 보호자가 있다면 무연고 사망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현저동에서 숨진 60대 남성은 고독사했지만 무연고 사망자는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고독사 규모를 파악할 때 무연고 사망자 수를 참고하는 것은 현재 정부가 작성하는 정확한 '고독사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입회자 없는 사망' 통계자료를 구축한 것과는 비교된다.

통계청이 '지켜본 사람이 없는 사망자' '원인 불상의 죽음' 통계를 작성하지만 여기에는 형사 사건에 따른 '변사'가 포함돼 정확한 고독사 통계라 볼 수 없다.

정확한 현상파악이 안되고 있으니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 연구'에서 "각 통계가 설명하는 현상과 고독사는 차이가 있다"며 "고독사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구체적인 자료 수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고립 '심각'...1인가구 증가로 고독사도 늘어

지난 4일 오전 11시쯤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의 한 도로. 사진 왼편에 1층 가정집에서 지난해 12월 한 60대 남성이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사진=김성진 기자
고독사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는 1인가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은 2017년 28.6%(561만가구)에서 2018년 29.3%(584만가구), 2019년 30.2%(614만가구), 2020년 31.7%(664만가구)로 매년 상승했다.

1인가구는 신고할 동거인이 없으니 급성질환에 의한 사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현저동에서 숨진 박씨도 부검 결과 '뇌경색에 의한 사망' 진단이 내려졌다고 알려졌다. 잦은 음주의 영향이었다. 동거인이 없으니 집주인이 방문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의 사망 사실을 몰랐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불안이 심화한 점도 고독사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사망한 박씨도 2층 단칸방에 이사온 지 3년이 지났지만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동네에 친한 지인을 만들 수 없었다. 집주인이 박씨와 교류하는 유일한 이웃이어서 집주인 외엔 그의 고독사를 알아차릴 사람이 없었다.

지난해 12월 현저동에서 숨진 60대 남성도 동네 지인이 일부 있었지만, 이들 모두 방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도 남성이 확진자일까 걱정돼 방에 들어가길 꺼렸다고 한다. 사망 후 뒤늦게 발견된 이유다.

◆복지망 거부하고 홀로 죽는 이들...전문가 "계속 문 두드려야"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서 숨진 52세 남성의 집 앞 테이블에는 읽지 않은 듯 서대문구청의 노인복지사업 안내문이 버려져 있었다./사진=김성진 기자
지자체에서는 고독사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각종 사회 안전망을 가동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초 '1인가구 안심종합계획'을 발표하고 4대 안심정책을 마련했다. 정책 중에는 인공지능(AI)이 1인가구에 주기적으로 전화해 위기 징후를 포착하는 '생활관리서비스' 사업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지원을 거부하면 지자체가 나설 방법은 없다. 최근 박씨의 현저동 고독사도 그랬다. 서대문구는 요양관리사와 사례관리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하거나, 1인가구 휴대폰에 일정 기간 통화 송발신 내역이 없으면 구청에 알림이 가는 '고독사 예방 모니터링'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에 현저동 통장은 수 차례 박씨를 찾아가 '전입신고하고 복지 지원을 신청하라'고 권했지만 박씨가 '필요 없다'며 거부했다. 4일 오전 박씨의 단칸방 앞에는 읽지 않은 듯 구청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안내문이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1인가구가 복지 지원을 거부하면 구청으로선 손발이 묶인 셈"이라며 "복지 서비스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말했다.
지난달 23일 52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의 한 다세대주택 2층 모습. 남성이 발견된 2층 단칸방의 문이 열려있다./사진=김성진 기자
전문가들은 더 적극적인 고독사 예방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독사 문제에 관심 갖고 관련 법을 마련해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도 "복지 지원을 거부하더라도 '정부가 곁에 있고 챙겨줄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 지원을 거부한 1인가구는 별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 한 사례관리 사업을 하던 중 처음엔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복지사들의 지속적인 방문에 결국 복지지원을 받은 50대 남성 사례를 거론했다.

노 교수는 "해당 남성은 후천적 시각장애를 겪으며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거부했지만, 복지사가 매일 같은 시간 방문하니 결국 어느 날엔 집에 들여서 속 깊은 얘기를 나눴다"며 "정부가 그들을 존중하고 관심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서 결국엔 그들 삶을 실질적으로 돕는 게 복지의 본질이다. 복지 지원을 거부해도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 괜찮아" 도움 손사래 친 60대 캣파더…외롭게 세상을 등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중랑구에서 '캣파더'로 통하던 김인홍씨(62·가명)는 2020년 4월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매일 고양이 밥을 챙기던 A씨의 부재를 수상하게 여긴 이웃의 신고로 그의 죽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A씨는 2019년 말 낙상 사고로 몸을 다쳐 일자리가 끊긴 뒤 약 49만원의 수입으로 어렵게 생활을 유지했다. 2020년 2월에는 주거급여 대상자가 됐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대상으로 선정되진 못했다. 동주민센터 직원의 안내에도 "간간이 일할 수 있다"며 신청을 마다한 탓이었다. A씨는 고독사 위험군에 속해있었지만 본인이 거부한 탓에 복지망의 체계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은 받지 못했다.

A씨 사례를 연구한 서울시복지재단은 "숨지기 2달 전 사회복지 통합 관리망에 처음 이력이 입력될 정도로 그가 복지 서비스를 이용한 기록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공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고독사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중장년 남성이지만 공적 지원 체계 안으로 이들을 끌어들이는 일은 여전히 요원한 모습이다. 고독사 취약 계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 계획도 아직 세워지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각지대에 놓인 고독사 고위험군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독사 위험군 60%, 사회적 돌봄 체계 바깥에서 숨진다

15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독사하는 사례는 최근까지 꾸준히 발생해왔다. 지난달 6일에는 60대 남성 B씨가 서울 성북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기적인 소득 없이 혼자 살던 B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 제도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지원을 스스로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엔 서울 금천구에서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거부하던 70대 노인이 홀로 죽음을 맞았다.

앞선 사례의 당사자들은 모두 고독사 위험군이었다. 가족과 단절된 채 홀로 살고 경제 활동이 없는 50대 이상의 경우 통상적으로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고독사 위험군에 해당하는 이들이 공적 지원 체계에 뒤늦게 편입되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실제 고독사 위험군 중 60% 이상은 어떤 사회적 돌봄도 받지 못한 채 숨진다.

지난해 서울시복지재단이 발간한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시 내 고독사 위험군 중 사망자는 총 978건이었다. 이 가운데 돌봄 체계에서 관리를 받다 사망한 이는 전체의 38.5%인 379건에 그쳤다. 이 수치엔 가족에 의한 돌봄(62건)·민간 지원(14건) 등 사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관리도 포함됐기 때문에 공적 영역에서 돌봄을 받다 사망한 이는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독사 절반은 중장년층서 발생하는데…"중장년 대상 제도 드물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각지대에서 고독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제도와 현실의 미스매치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제4기 고독사 예방 종합계획'에 따르면 2020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고독사 중 54.9%는 중장년의 죽음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고독사 관련 제도는 대체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에선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를 위탁운영 중이고,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을 위해 사회보험 중 하나인 노인장기요양보험도 마련해두고 있다. 반면 지자체 서비스 외에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통합적인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자체 서비스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기존 복지 제도 대상자가 아니면 신청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지영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독사 문제에 접근할 때 가장 먼저 거쳐야 할 단계는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는 일"이라며 "발굴부터 돼야 공공이 모니터링을 통해 그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인의 경우 여러 가지 제도가 있어 발굴될 기회가 많지만 중장년층은 그렇지 않다"면서 "중장년층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는 공공 모니터링의 대상이 되기 힘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립심이 강하고 본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중장년층의 경우 공적 지원을 스스로 거부한다는 점이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중장년 남성들이 주로 공적 지원을 거부하는데 이들은 자신이 노동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으면서 나라의 도움을 받는 걸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중장년층을 공적 지원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2020년 3월 국회에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고독사예방법)을 통과시켰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제도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고독사예방법은 정부가 5년마다 고독사 예방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실태 조사와 통계 작성 등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한 법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고독사 실태 조사 등을 위한 예상과 전담인력이 확보됐지만 아직 추진 단계까진 나아가지 못했다"며 "그러나 곧 정부 차원의 기본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고독사 위험군 적극적으로 발굴해 사각지대 없애야"

전문가는 아직 정부의 기본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지자체가 나서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고, 모니터링을 진행하면 사각지대가 최소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동시에 위험군 발굴에 활용하는 제도들의 문턱을 낮춰야 더 많은 사람이 공적 지원 체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송 연구위원은 "서울시에선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해 모니터링을 진행한다"며 "모니터링 대상자는 방문 서비스나 식사 지원 등 필요에 따라 각각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일단 위험군으로 발굴되면 공적 지원의 테두리 안에 들어서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서울시는 위험군을 발굴할 때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활용한다. 소득이 잡혀서 기초생활보장수급 제도 등의 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갑자기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긴급복지지원제도의 대상자 선정 기준은 중위소득 75%에서 100% 이상으로 확 늘리면 더 많은 사람이 공공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지원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민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설명한다.

송 연구위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공적 지원 등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민간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서울시복지재단 연구 결과 처음엔 거절하던 이들도 평균 8회 이상 방문했을 땐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주민센터 공무원이 8번이나 방문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민간기관에 의뢰해서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실제 서울시는 현재 지역 복지관과 연계해 협력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독]직장 따돌림에 퇴사한 20대 '고독사'…집엔 라면·대출 우편물만



30대 청년이 삶을 마감한 고독사 현장에 종이박스, 비닐봉지, 스티로폼 박스 등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제공=특수청소업체 결벽우렁각시

지난달 3일 충북 청주의 원룸에서 20대 김인철(가명)씨가 홀로 삶을 마감했다. 김씨는 직장내 따돌림을 당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방에서만 지냈다. 박스째로 햇반과 라면을 쌓아두고 끼니를 때우며 술을 마셨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방에는 생활 쓰레기와 카드론 대출 4900만원 의 만기를 알리는 우편물이 쌓였다.

김씨는 친인척도 없었고 왕래하는 지인도 없었다. 그의 마지막 가족이었던 어머니는 2000년대 초반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세 번의 시도 끝에 스스로 삶을 등졌고 숨진지 13일 만에 집주인에게 발견됐다. 모든 문을 닫고 보일러를 켜둔 탓에 방은 곰팡이와 부패액으로 덮여있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경제적·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외로운 죽음을 맞고 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우울증 환자 비율, 취업 시기, 대출잔액 등 각종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다. 사회적으로 고립돼 주변과 왕래없이 지내다가 세상을 떠나는 청년층 고독사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고독사란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도 모르게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주변과 교류가 없어 아픈 상태에서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숨진 뒤에도 한참 뒤에 발견된다. 고독사 대상은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돼 지자체가 별도의 장례 절차 없이 화장해 5년간 안치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 실패·도박 문제·외로움에 시달리다…'고독사' 하는 청년들

15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로 추정되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2008명→2018년 2447명→2019년 2656명→2020년 3136명→2021년 348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2000명대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3000명대로 올라선 것이다.

전연령대에 비해 청년층 무연고 사망자 수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63명에서 2018년 76명, 2019년 81명, 2020년 104명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서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 빠진 경우를 생각하면 실제 고독사 인원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는 "과거 유품 정리 현장의 대부분이 중장년층 고독사였다면 2018년부터는 20~30대 고독사가 늘어나 최근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장년층은 퇴직이나 실직으로 홀로 지내다가 병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젊은층은 취업이나 도박 문제로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수청소업체 결벽우렁각시의 구찬모 대표는 "전국에서 지병이나 극단적 선택 등으로 청년들이 고독사한 현장의 의뢰가 들어온다"며 "청년이 고독사한 현장은 생활 폐기물이 가득 쌓여 '쓰레기집'에 준하는 현장이 많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방치하기도 하고 정리를 거의 하지 않는 집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취업 어려운 청년층, 생활고 겪으며 대출까지…사회적 고립이 문제

한 청년의 고독사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 /사진제공=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청년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취업난을 겪으니 학자금 대출을 갚는 시기는 멀어졌고 미래를 준비하며 주변과 교류는 끊어지니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은 많아졌다. 청년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방에서 끌어내 교류하게 만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 1인 가구의 수는 2015년 184만여명에서 2020년 238만242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청년들도 함께 늘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2020년 기분장애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20~30대 인원은 14만 5998명으로 전체 진료인원의 30.1%를 차지했다.

그 배경에는 청년들을 심리적·경제적으로 어렵게 하는 취업난이 있다. 취업난이 심화되며 학자금 대출의 상환 개시도 점차 늦춰졌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졸업 이후 3년이 지나서야 학자금대출 상환을 시작한 비율은 2016년 20%에서 해마다 증가해 2020년에는 36%로 집계됐다.

돈을 버는 시기가 늦춰지자 청년층의 대출액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대출잔액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빠르게 늘어나 지난해 6월 기준으로 91조 789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20대 대출자 가운데 여러 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율도 12.4%를 돌파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청년층은 생산 활동에 참여해 고독사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취업난을 겪으며 주변과 연락을 끊는 청년들이 생기자 고독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층에겐 고령층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보다는 밖으로 나와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르포]"식사준비 버겁고 집에만 꽁꽁" 고령 독거男, 고독사에 취약



8일 오후 12시 인천 부평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주민 이승동씨(70)의 집안. /사진=홍효진 기자
"외롭지. '내가 얼른 떠나야지' 이런 생각만 하게 되고…"

8일 오후 12시 인천 부평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아내와 이혼 후 20년간 홀로 생활하고 있는 이승동씨(70)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집안에는 옷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깔끔한 집 안 풍경은 외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집 문 앞에서 처음 만난 승동씨는 오랜만에 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승동씨는 독거생활 직전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이따금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장을 보러 가는 것 외에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승동씨는 "밖에 나가면 말도 잘 통하지 않는다"며 "오늘은 '파'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손으로 (설명)했다"고 양손을 옆으로 길게 늘이며 기다란 '파' 모양을 허공에 그렸다.

중장년층 1인가구 등 고독사 위험군에게 사회서비스 지원은 절실하다. 특히 고립 성향이 강한 고령 남성으로 대표되는 계층은 외로움에 취약하다. 1인가구 증가,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사회적 교류 위축으로 고독사 예방 필요성이 커지면서 공공 차원에서도 대응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찾은 아파트에는 약 1900세대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중 중장년층과 노인층을 포함한 독거주민은 1400세대 이상이다. 영구임대아파트다 보니 입주민 가운데 독거어르신,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8일 오전 11시30분 만난 독거노인 박영철씨(84)가 지내는 집안. /사진=홍효진 기자

◆외로움 감내하는 고령 독거 남성, 고독사에 취약

아파트 단지 내 삼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문은영 복지사는 "혼자 사시는 아버님들은 특히 외로움을 많이 탄다"며 "돌봐줄 사람이 없다보니 식사 준비도 혼자 하기 어려워하신다"고 말했다.

문 복지사는 "입주민들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95% 이상"이라며 "그 중에서도 혼자 사시는 아버님들은 프로그램 참여율도 상대적으로 낮아 코로나19 이후 '외롭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밑반찬 만들기, 공연 관람 등 1인가구 대상 프로그램을 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참여 의지가 없는 주민에게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날 머니투데이 취재진과 함께 승동씨를 찾은 문 복지사가 "집에만 계시는 것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건 어떠냐"고 물었지만 승동씨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만 가로저었다.

20년간 혼자 살고 있다는 박영철씨(84)는 집안에 고립돼 혼자 지내고 있었다. 사업 실패와 동시에 오랜 기간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앓아온 아내와 사별하며 홀로 살기 시작한 그는 "운명이라고 생각해야지 별 재간이 있겠느냐"며 "20년 가까이 돼서 생활하는 건 익숙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박씨의 익숙한 '홀로 생활' 속에서도 코로나19의 존재감은 크게 다가왔다. 10년째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박씨는 부작용이 걱정돼 백신 접종도 하지 못했다. 섣불리 외부 활동에 나섰다가 감염될까 제대로 된 외출도 거의 끊겼다. 박씨는 "코로나 전에는 나가서 노인네들이랑 얘기도 나누고 그랬는데 자주 그러지 못하니까 말동무가 사라진 기분"이라며 "집에만 있으니 하는 일 없이 앉아만 있다"고 말했다.

'80대 노인'이라는 고령자 꼬리표도 박씨를 집안으로 숨게 만드는 배경 중 하나다. 박씨는 "복지관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 (대상으로) 뭘 한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나이가 있다보니까 그런 곳에 가서 어울리기도 힘들다. 도움이 될지도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고령의 독거 남성일 경우 비활동적인 성향이 강해 집안에만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10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6월 기준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고독사 비중은 전체 9734명 중 417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남성은 2736명, 여성은 1434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1302명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8일 오전 9시30분 기자가 찾은 인천 부평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 급식소에서 준비한 도시락. /사진=홍효진 기자

◆'AI 콜' 등 모니터링 대응, 인력 한계…"지자체 관리 강화해야"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독사 예방 대응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천시 동구는 가정 내 전기사용량이나 조도의 변화가 없을 경우 일대일로 연결된 관리자에게 문자가 가는 '스마트 돌봄플러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충북 음성군의 '똑똑안부확인서비스'는 3일 동안 휴대폰 위치에 변화가 없거나 유무선 전화기 통화 기록이 없으면 자동 안부콜이 가는 서비스다. 콜을 받지 않으면 이를 확인한 담당자가 다시 전화를 시도하고 연결이 되지 않으면 가정방문에 나선다. 대구시도 인공지능(AI) 안부 전화를 통해 중장년 1인가구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범사업을 이달부터 도입한다.

이 같은 정책이 지속되려면 예산과 인력이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복지 업무는 물론 고독사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대상군이 점차 늘어나면서 업무가 과중되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자치구 주민센터 등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일선 현장 공무원들이 고충을 토로한다"며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재택방문 등 예방 매뉴얼이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이를 담당할 인력 확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아파트를 찾은 문 복지사도 "주민들을 한 분 한 분 찾아가 세대 특징을 확인하고 프로그램 안내를 돕고 있다"며 "적극적인 분께는 도움 드릴 기회가 많이 열려있지만 홀로 고립돼 있는 분들과는 소통이 쉽진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현실에 발맞춰 지자체 차원에서의 사회서비스 지원 제공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고령 남성의 경우 과거 가부장적 구조에서 누린 남성적 특권 때문에 관계망 형성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혼자 고립된 분들을 밖으로 꺼내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해결방안이 될 수는 있지만 본인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빈곤이 사회적 단절과 고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관련 사례 관리를 지자체별로 강화하고, 관계망 형성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사회 서비스 전달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짚었다.



20년간 '고독사' 떠안은 일본…코로나로 '특수청소'는 달갑지않은 '호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은 일찌감치 고독사를 사회문제로 인지했다. 지자체별로 고독사 예방 대책을 세워 방지하는 한편, 지난해 2월에는 '고독·고립 대책실'이라는 정부 부처를 신설해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고독사' 중심 타깃은 '60세 이상' 고령자

일본에서 고독사 문제가 처음 불거진 건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다. 당시 제공된 가설주택 4만9681호에 거주하던 이재민들 중 233명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임시로 지어진 탓에 온도에 취약한 주택에서는 여름과 겨울 특히 많은 사망자가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제때 발견되지 못하면서 고독사 문제가 대두됐다. 지진 전까지 같은 지역사회에서 관계망을 형성해 온 주민들이 무작위로 주택에 입주하면서 인적 교류가 사라진 것이 발단이었다.

문제는 고독사가 이재민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2000년대 초반 지바현 마츠도시 도키와다이라 단지에서 고독사가 연이어 발생하며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에 단지 주민들은 2002년 사회복지협의회와 자치회, 민생위원 등 지역조직을 중심으로 이른바 '고독사 제로작전'을 만들어 시행에 나섰다. 고독사 제로작전에는 친족·이웃·담당의사 연락망이 담긴 안심등록카드를 작성하거나 경찰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중심 축으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고독사 제로작전을 모델로 한 고독사 대책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됐다.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일본의 고독사 비율은 60~64세 연령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 11월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의 '제5회 고독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4월~2020년 3월 고독사 사례 4488건 중 사망한 남성 수는 3698명, 여성은 750명으로 집계됐다. 사망 당시 연령대가 불분명한 데이터를 제외한 4188명을 바탕으로 집계한 '연령별 고독사 통계'(그래프)를 보면, 60대에서만 123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 당시 평균 연령은 남성 61.6세, 여성 60.7세로, 시신 발견까지의 일수는 △3일 이내 39.8% △4~14일 29.5% △15~29일 14.8% △30~89일 14.2% △90일 이상 1.7% 등 평균 17일로 조사됐다.

실제 60세 이상 고령자의 고독사는 꾸준히 보도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오사카의 한 아파트에 살던 67세 남성이 홀로 사망한지 약 한 달 뒤 발견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남성은 폐암을 앓던 아내와 20여년 전 사별한 뒤 혼자 생활하고 있었고, 장마철이 이어지면서 시신 부패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같은 해 5월, 나라현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64세 남성도 고독사한지 약 3주 뒤 발견됐다. 두 남성 모두 자녀가 있었지만 평소 왕래가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거고독사' '은둔형 외톨이' 문제 확대… 특수청소업은 '씁쓸한 호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함께 사는 동거가족이 있음에도 고독사를 맞이하는 '동거고독사'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8050'문제(80대 부모가 50대 미혼 자녀를 부양하는 것)로 불리는 부모와 자녀의 동반 고령화가 동거고독사의 배경이다. 앞서 마이니치신문은 2017~2019년 도쿄·오사카에서 동거고독사한 이들이 538명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사카에서 보고된 동거고독사 사례 중 약 30%는 사망자의 동거가족이 치매를 앓고 있어 외부에 사망 소식을 알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히키코모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일본 내 '은둔형 외톨이'(방이나 집 등 특정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 또는 그런 사람)의 고독사 역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20·30세대 위주였던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최근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면서 중장년층 고독사 문제도 심각하게 거론된다. 실제 2019년 일본 내각부는 40~64세 은둔형 외톨이는 61만3000명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씁쓸한 호황이 눈에 띄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한 유품정리업체의 의뢰 건수는 2019년 813건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한해동안 1175건까지 급증했고, 보도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해만 2000건 이상의 의뢰가 들어왔다. 시신이 장기간 발견되지 않아 특수청소가 필요한 비율도 2019년 35%에서 2020~2021년 70% 가까이 늘었다.

◆지자체별 '고독사 방지' 체계 구축… 전문가들 "보살핌 중심 정책 돼야"

일본의 고독사 예방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체별로 상이하지만 지역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고독사 가능성이 있는 위험군을 조기 발견한다는 큰 틀은 같다.

2020 국내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사업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수립지원 연구' 최종보고서를 보면 오사카시는 수도국과 신문판매협회 오사카시연합 지부 등과 사업 제휴 협정을 체결해 고독사 방지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사업자가 검침·배달 등을 하며 고독사 가능성이 있는 주민을 발견한 경우 시청과 경찰, 소방 등에 통보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지바현 노다시에서도 자치회나 도쿄전력주식회사·신문판매점·우체국·편의점 업체 등과 협력해, 지역주민에 대한 이상 징후를 감지할 경우 노다시청 생활지원과에 연락하도록 한다.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시청은 신속히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체계화돼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지자체별 대응 체계를 만든 일본 정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구체적 사회서비스 정책 마련과 제공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야 맞다"며 "어떤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장 잘 아는 건 해당 구의 공무원이다. 중앙정부 중심인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전달 체계가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적 네트워크는 가장 삶과 밀착한 지역 단위의 '살아있는 정책'이어야 한다"며 "전통적으로 지역 중심 정책 기획과 시행이 잘 이뤄지는 일본의 구조는 우리가 벤치마킹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고독사의 개념 정의마저 미비한 상황에서 중앙정부 중심으로 큰 정책을 실시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며 "지자체별로 고독사 대응체계를 제대로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성과 평가를 통해 우수한 지자체에는 인센티브 등 유인책을 주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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