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세계, '군비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주동 국제부장 | 2022.03.16 03:04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전쟁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2.3.5/뉴스1
#. 범인이 옆집에 쳐들어가 이곳 사람들을 인질로 삼고 있다. 일부는 살해당했다.

범인은 이 집이 원래 자기 집이었는데 어찌어찌 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집이 이웃 행정구역으로 소속마저 바꾸려고 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이 된 건 자신을 위협해온 이웃 행정구역의 잘못이라고도 한다.

이웃 행정구역 경찰은 자신의 관할구역이 아니라면서 인질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인질범과 협상을 하는 것도 아니다.

#.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일방적 논리로 다른 나라 영토를 공격한 것부터 말이 안 되지만, 1994년 핵 무기를 포기한 대신 주권을 보장받기로 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당시 조약을 함께 맺은 미국과 영국의 전쟁 불개입이 못마땅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다른 나라들은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이들의 자연스러운 다음 행보가 걱정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27일(각 현지시간)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표현하며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의 2%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1.53%였으니 큰 차이다. 또 국방현대화에 별도로 1000억 유로(136조원)를 투자한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그동안 평화를 강조해온 독일의 이런 변화는 크다. 현재도 국방비가 세계 7위인 나라다.(2020년 기준, 스태티스타 통계)

스웨덴과 덴마크도 국방비를 늘린다고 잇따라 밝혔다.

러시아 주변 유럽은 뭉쳤다. 유럽연합(EU) 소속 정상들은 지난 11일 회의를 갖고 "상당한 투자를 통해 국방비를 늘리겠다"면서 지역 내 군사력 이동성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군비(군사장비) 경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유럽만의 일일까. 미국과 수년째 갈등 중인 덩치 큰 중국이 있고,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아시아의 주변 국가들은 이미 군비를 확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국방비를 GDP 2%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독일과 함께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국방비를 GDP 1% 수준에 맞추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뒤 정치권에선 미국과 '핵 공유'를 통한 핵 억지력 보유 목소리마저 커진다. 역시 일본의 비핵 원칙과 충돌한다.

중국은 지난 11일 끝난 양회에서 올해 국방비 예산을 전년보다 7.1% 늘려 잡았다. GDP 성장률 목표치(5.5%)보다 크다. 중국의 국방비 규모는 압도적 1위 미국에 이은 2위지만, GDP의 1.23%만(지난해 기준) 써 얼마든지 확대 여지가 있다.

중국에 맞서는 대만은 국방예산과 별개로 올해부터 5년간 10조원을 추가로 들여 미사일 생산 능력을 키우고, 공격용 드론도 만들기로 했다.

#. 이번 사태로 각국이 국방력을 키우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만, 이후 상황은 우려될 수밖에 없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미국 방식이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부작용이 분명한 것처럼 말이다. 군비 경쟁은 1차 세계대전 이전 나타났던 모습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세계에 주어진 숙제는 많다. 3차 세계대전을 막자며 여러 나라가 모여 유엔(국제연합)을 세웠지만 이 조직은 이번 사태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제조약을 깨거나 탈퇴하는 나라가 나타나고 경직된 외교력으로 국가간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전쟁까지 발발했음에도 제대로 대응을 못 한다.

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 단체 ICAN(핵무기폐기국제운동)의 베아트리스 핀 실장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시급히 해결한 뒤에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외교, 국제법, 군비통제 및 군축조약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난 4일 뉴스위크) 새겨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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