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내집 마련?" 주식·코인 패닉바잉한 MZ세대…빚폭탄 안았다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양성희 기자 | 2022.03.15 09:00

[MT리포트]슬기로운 '김민지' 세대(下)

편집자주 |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서 살아가는 MZ세대는 금융에서도 이전세대와 다르다. 예전처럼 '금융문맹'으로 있다가는 '벼락거지'가 된다는 위기감이 돈다. 파이어족을 꿈꾸며 그들은 1원 단위로 쪼개 금융을 활용한다. 인터넷,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어 똑똑해진 그들이 '金민지(금융+MZ세대)'다.



빠르게 증가하는 MZ세대 '빚'... '하이 리스크' 부메랑 맞는다



MZ세대(1980~2000년대생)의 활발한 금융 활동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올해 들어 잠시 주춤해졌지만, 이들은 '영끌'을 통한 '빚투'로 그 어떤 세대보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부채 증가율도 다른 세대보다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Z세대는 취약자주 비중이 다른 세대보다 높아 금리 인상 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이들이 더 많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2030세대 가구주의 부채는 평균 9986만원으로 전년 대비 9.5% 늘었다. 30대만 봤을 때는 부채 증가율이 11%로 두자릿수를 넘겼다.

지난해 2분기에도 2030세대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다른 세대보다 가팔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전년 대비 2030세대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12.8%였다. 이들을 제외한 연령층의 증가율(7.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세대에서 주식, 코인 등 투자 수요가 폭증해 같은 기간 이들의 신용대출 증가율은 20.1%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영끌을 통한 빚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월급만 모아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청년들은 빚까지 끌어모아 자산 증식에 힘을 쏟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치가 계속 올라가는데 월급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 청년들이 부동산, 코인 시장에 뛰어드는데 당장 돈이 없으니 대출로 향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끌, 빚투 열풍이 가장 뜨거웠던 2020년 미래에셋·KB·NH농협·한국투자·키움·유안타증권의 신규계좌 723만개 가운데 54%(392만개)가 2030세대의 몫이었다.

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코인에도 청년들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실제 거래 가능한 코인 투자자(558만명) 가운데 55%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청년세대 내 취약차주 비중이 다른 세대보다 높아, 금리 인상 등 요인으로 받을 타격도 더 크다는 데 있다. 우선 2030세대 내 저소득 차주(소득 하위 30%) 비중은 지난 2분기 기준 24.1%로 다른 세대(14.4%)보다 10%포인트 가량 높다. 저소득 차주이며 3건 이상 대출을 받았거나, 신용점수가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 비중도 6.8%로, 다른 세대(6.1%)보다 높다.

이에 따라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집값이 끝없이 오르고 있는데 1금융권 대출을 막아버리니, 청년들이 영끌을 하다 불법 사금융에도 손을 대는 경우가 있다"며 "청년들의 대출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법 대출을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갚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푼돈 고객'에서 '금융사 VIP' 된 MZ세대



MZ세대 모시는 금융사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금융권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면서 금융사들도 MZ세대를 '모시느라' 바쁘다. 전용 브랜드를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MZ세대를 겨냥해 별도 조직을 꾸릴 정도다. 손해를 감수하고도 청년희망적금 판매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MZ세대를 유입할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도 MZ세대 직원에 중책을 맡기며 MZ 맞춤형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캠퍼스 공략은 기본 전략이다. 대학 새내기 때 만든 은행 계좌를 평생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금융권 처음으로 대학생 전용 모바일 통합 앱(애플리케이션) '헤이영 스마트 캠퍼스'를 출시했다. 모바일 학생증이 달린 하나의 앱에서 전자출결, 성적 확인을 비롯한 학사 서비스과 도서관, 커뮤니티 이용 등이 모두 가능하다. 숙명여대를 시작으로 다른 대학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MZ세대 중 Z세대인 10대 청소년을 겨냥하며 '미래 고객'을 일찍부터 선점하는 금융사도 속속 생겨났다. 카카오뱅크의 10대 청소년 전용 서비스 '미니(mini)'가 터트린 대박이 대표적이다. 2020년 10월에 첫선을 보인 미니의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24만명을 넘어섰다. 해당 연령대 2명 중 1명이 쓰는 셈이다. 하나은행, KB국민은행도 Z세대를 위한 금융플랫폼 '아이부자 앱', '리브 넥스트(Next)'를 각각 선보였다.

MZ세대 '취향저격'도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MZ마케팅팀을 별도로 꾸렸다. 과장급 팀장을 포함한 모든 팀원이 MZ세대다. MZ세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 콘텐츠, 서비스를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금융그룹은 MZ세대에 특화한 플랫폼도 구축한다.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테크기업체로 운영할 방침이다. 손태승 회장이 "우리금융의 미래가 MZ세대에 달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Z세대 취향을 고려해 광고 모델도 확 바뀌었다. 금융사는 보통 신뢰감, 무게감 있는 유명인을 모델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신한라이프는 금융권 처음으로 가상인간을 모델로 기용했다.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는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탄생한 인물이다. 가상인간 은행원도 생겼다. NH농협은행은 올초 MZ세대 직원의 얼굴을 합성한 AI(인공지능) 은행원을 신입 행원으로 채용했다.

고객뿐만 아니라 임직원 사이에서도 MZ세대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신한금융그룹의 MZ세대 자치조직 '후렌드 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Sh수협은행의 행내 유튜버 'Sh크리에이터'는 은행 안팎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로 '은행의 얼굴' 역할을 맡았다.

'금수저 MZ세대' 유입 경쟁도 치열해졌다. 신한금융은 최근 새로운 자산관리(WM) 브랜드 '신한 PWM 패밀리오피스'를 선보였다. KB금융그룹은 오는 7월 국내 최대규모 PB(프라이빗뱅킹)센터를 개설하면서 'KB형 패밀리오피스 모델'을 도입한다. 밀리오피스를 통해 자녀세대를 향한 '부의 이전'을 도우면서 자녀세대 또한 자연스럽게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은행 등 금융사에서는 MZ세대로 분류되는 2030세대 유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금융자산 등 면에서 주요 고객으로 분류되지 않아서다. 최근 MZ세대를 향한 시선이 달라진 건 '미래 고객' 선점 효과가 크다고 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과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하는 MZ세대가 특정 은행에서 금융·비금융 콘텐츠로 재미를 경험하고 좋은 인상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주거래 고객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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