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결단…이사회 내려놓고 '비욘드 코리아' 전력투구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이동우 기자 | 2022.03.15 07:00
김범수 카카오 의장(오른쪽)과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가 지난달 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열린 청년희망ON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카카오가 내수기업, 모바일기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전세계 시장을 사정거리에 둔다.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이라는 비전 아래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남궁훈 신임 대표가 각 분야의 전략을 맡는다.

카카오는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인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에 집중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을 재편한다고 14일 밝혔다.

우선 일본을 거점으로 카카오의 영토를 세계로 확대하는 데 집중한다. 그간 개별 전략 아래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던 카카오 공동체는 일본 카카오픽코마를 필두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전개한다. 여기에 김범수 의장이 '비욘드 코리아'라는 과업에 무게 중심을 두고, 글로벌 확장에 힘을 보탠다.

김 의장은 2000년 한게임 재팬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2017년부터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를 맡아 한국과 일본 현지를 오가며 사업에 참여해 왔다. 지금의 카카오를 일궈낸 성공 경험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토대로 픽코마 중심의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카카오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이러한 글로벌 전략 재편에 따라 카카오 이사회에서 사임한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역할은 유지하며, 카카오 창업자로서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미래 성장에 대한 비전 제시는 계속해나간다.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은 '비욘드 코리아'의 방향성에 맞춰 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 현재 카카오웹툰과 타파스, 래디쉬, 우시아월드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북미, 아세안, 중화권, 인도,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3배까지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OTT부터 TV, 스크린 등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제작 경쟁력을 확보, 글로벌을 겨냥한 슈퍼IP(지식재산권) 기획 제작에 주력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모바일 게임 오딘의 대만 시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해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다양한 신작 게임들의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 '비욘드 모바일'을 중점으로 메타버스 등 새로운 분야와 미지의 영역에 준비하는 남궁훈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의 여러 사업과 서비스의 형태를 글로벌 진출에 용이한 구조로 재구성해 카카오의 국내외 성장을 이끈다.

남궁훈 내정자는 "한글 기반의 스마트폰 인구는 5000만명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인구 50억명의 1%에 해당한다"며 "이제 카카오는 1%에서 99%로 나아가야 한다. 카카오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은택 카카오 얼라인먼트 센터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내정했다. 이에 따라 김성수, 홍은택 센터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카카오 공동체의 사회적 책임과 전략방향을 조율하고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 행보를 돕는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직 내려놓고 글로벌시장 나선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 사진제공=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14일 카카오 및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메시지를 통해 "저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를 맡아, 미래 10년 카카오의 핵심은 무엇이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해왔다"며 "그리고 미래 10년을 관통하는 핵심키워드를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로 말씀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며 "비욘드 모바일은 연결이라는 맥락으로 발전한 지난 10년이 완결된 지금 이 시점 이후 새롭게 펼쳐지는 메타버스나 웹 3.0과 같은 사업적 방향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러한 미래 비전 하에서 뉴리더십이 정해진 후 NK(남궁훈 대표 내정자)와 함께 제 역할을 논의해왔고, 그 고민의 결과를 오늘 여러분과 공유하려한다"며 "앞으로 NK가 비욘드 모바일을 위해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저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 비욘드 코리아를 위한 카카오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의 중심을 이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출발점은 일본이 될 것이다"며 "일본은 한게임 시절부터 카톡 초창기, 픽코마까지 계속 두드렸던 시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특히 픽코마는 일본을 잘 이해하는 인재를 영입하고, 한국에서 성공한 카카오페이지의 성공 방정식을 대입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디지털만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픽코마가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카카오공동체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한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공동체 크루분들의 노력으로 북미, 동남아, 유럽 등에서도 유의미한 성과와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며 "특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토리플랫폼은 북미, 아시아 1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러분들이 카카오에서 시도한 실험과 성공의 결과가 곧 글로벌 서비스로 이식되고 글로벌에서 거둔 성공의 결과도 카카오에 연결되는 그런 날을 상상해본다"며 "저 또한 우리의 성공경험이 글로벌에 확장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IT기업들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항해를 멋지게 펼쳐나가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사회 떠나 글로벌 간다'는 김범수, 이해진과 닮은꼴 행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사진=머니투데이DB
김 의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나 '글로벌 총괄'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은 카카오 창립 11년 만에 처음이다. 김 의장은 2007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시절부터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했다. 2014년 다음-카카오 합병 이후 잠시 사내이사로 물러났지만 바로 복귀했다. 이번에는 의장직은 물론 아예 이사직에서까지 물러나는 것이다. 대신 그동안 맡았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이번 결정과 무관하게 김 의장은 카카오 지분 13.30%에 최대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의 보유지분 10.59%를 더해 총 23.89%로 지배력은 여전하다.

김 의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나 해외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은 앞서 이해진 네이버(NAVER) GIO와 닮은꼴이다. 이 GIO는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과 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GIO 역할과 일본 사업에만 전념해오고 있다. 당시 '총수 없는 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좀처럼 국내 활동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실제 이 기간 이 GIO는 소프트뱅크와의 '라인-야후' 경영 통합이라는 굵직한 딜을 이뤄내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절반씩 나눈 합작법인 'A홀딩스'를 출범시켜, 아시아를 넘어서는 글로벌 메가 플랫폼을 만드는 구상을 실천하고 있다. 이 GIO는 A홀딩스 회장직도 맡고 있다.

이 GIO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네이버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A홀딩스의 자회사 Z홀딩스의 분기 매출은 4000억엔(한화 약 4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커머스와 핀테크 등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가 일본과 아시아에 진출할 교두보 역할을 하는 셈이다.

◇GIO로 라인-야후 합병 성과낸 이해진과 닮은꼴 김범수 행보

일본을 글로벌 공략의 거점으로 삼은 두 사람의 판단도 주목된다. 앞서 김 의장은 온라인 게임의 개념조차 모호한 2000년 당시 한게임재팬을 세운바 있다. 일본식 유료화 모델을 통해 2004년 하루 매출 1000만엔(한화 약 1억원)을 달성하기도 하는 등 한국 인터넷 기업 사상 최초의 일본 시장 개척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GIO는 2000년과 2009년 일본 자회사를 통해 현지 검색 서비스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GIO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플랫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끝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혈맹을 끌어낸 이 GIO는 앞서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의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결정과 관련 김 의장의 시선은 일본에만 머물지 않는 듯 하다. 그는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며 "글로벌 IT 기업들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항해를 멋지게 펼쳐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유재환 수법에 연예인도 당해…임형주 "돈 빌려 달라해서 송금"
  2. 2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3. 3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4. 4 "파리 반값, 화장품 너무 싸"…중국인 북적대던 명동, 확 달라졌다[르포]
  5. 5 "현금 10억, 제발 돌려줘요" 인천 길거리서 빼앗긴 돈…재판부에 읍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