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그냥 좋아할 수밖에 없는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2.03.14 13:30

'사내맞선'으로 또다시 대중 사로잡은 '극호감'의 아이콘

김세정, 사진제공=SBS


SBS '사내맞선'(극본 한설희 홍보희, 연출 박선호)에서 김세정이 연기하는 신하리는 결코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일을 힘들어하는 후배를 품넓게 달래주고 상사들과도 허물없이 지낼 만큼 넓은 마음씨를 가졌다. 그러나 절친이자 재벌가 자제인 영서(설인아) 대신 나간 선자리에서 양가슴을 흔들며 "왼쪽이 사만다 오른쪽이 레이첼"이라며 당혹스런 너스레를 떨고, 맞선남을 떼어내기 위한 결단으로 "룸을 잡자"며 과감한 도발을 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예쁜 엄마와 잘생긴 동생 때문에 늘 누군가의 딸이나 누나로 불려왔지만, 특유의 긍정성으로 누구보다 티없고 맑은 자아를 지닌 자립적인 사람으로 자라난다. 어질고 무해한 동시에 할 말은 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신하리의 캐릭터는 그간의 로코 속 '캔디'나 '신데렐라' 설정을 부여받았던 여주인공과 다르다. 그리고 아기자기하면서도 강한 선을 가진 김세정의 얼굴은 다단함이 공존하는 신하리에게 설득력을 부여한다.


걸그룹으로 활동하는 동안 김세정은 성실하고도 바른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경쟁이 치열했던 Mnet '프로듀스 101'에서조차도 센터에 서려고 하기보다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며 호감을 샀고, 본격적으로 걸그룹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또래의 쾌활함과 또래답지 않은 깊은 사려를 동시에 보여주며 주목받았다. 동그란 얼굴과 서글서글한 눈매는 첫눈에 봐도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반면, 찰나의 다양한 표정으로 설렘을 유발하는 매혹적인 분위기도 가졌다. 이러한 이미지적 매력은 연기 활동으로 이어졌다. KBS2 '학교 2017'에서 그가 연기한 라은호는 매사에 긍정적인 청춘의 밝음을 지님과 동시에, 학생들이 겪는 곡절을 공감있게 보여줬다. 김세정이 가진 특유의 '화기(和氣)'는 '학교' 시리즈의 명맥을 성공적으로 이어갔다.


김세정, 사진제공=SBS


KBS2 '너의 노래를 들려줘'에서 연기한 팀파니스트 홍이영의 겉모습은 단순하고 억척스럽다. 그런 가운데서도 살인사건으로 인한 죄책감과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절실함, 진실의 실체로 맞닥뜨리는 공포에 대한 충격 등의 어둠의 감정을 표현해냈다. 밝고 명량함을 베이스로 삼되, 감정 연기의 진화를 찬찬히 넓혀갔다. OCN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한 단계 더 도약한다. 도하나는 기존에 김세정이 보여준 밝고 명량함에서 벗어난 시니컬한 캐릭터였다. 이에 더해 여성이라는 신체적인 한계를 뛰어 넘어 불주먹을 날리는 그야말로 '걸크러시'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걸그룹 출신이라는 경계를 단숨에 뛰어넘는 예쁘지도 예쁜척 하지도 않는, 그저 강하고 멋지면서도 과거 아픔까지 덧대진 다단함으로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기꺼이 올려놓았다. 이 작품을 찍으며 '근수저'라는 웃지 못할 별명으로 수많은 여성팬도 얻었다. 김세정의 선명한 얼굴선과 그가 표현하는 단단한 눈빛은 어떤 캐릭터를 만나건 신뢰감을 준다.



데뷔 초 김세정은 예능에서 그에게 자막으로 은연 중에 부여한 '요정'이라는 단순한 역할 대신 프로그램의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똑부러진 모습으로 MC들에게 "치트키야 치트키"라는 말을 이끌어냈다. 그룹 구구단의 이름이 이상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래도 지금은 듣다 보니까 매우 좋지 않아요? 안 그래요?"라며 위트 있게 받아치기도 했다. 이 작고 어린 소녀가 정글과도 같은 연예계 생활에서 보여준 첫 모습은 그야말로 '극호감'을 부르는 근면성실의 얼굴이었다. 여기에 연차를 거듭할수록 더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을 거듭해서 보여줬다.


이러한 김세정의 얼굴은 출연하는 작품들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신뢰를 형성했고, 또 그 기대에 착실히 부응했다. 지금 그가 연기하고 있는 신하리는 확실히 도전적인 캐릭터다. 웹툰이 원작인 '사내맞선'은 장면 도처에 'B급 병맛'이 깔려있어 호불호가 갈리기 쉽지만, 김세정은 걸그룹 생활을 하며 쌓아온 응축된 넉살로 하리라는 구름 위의 캐릭터를 지상으로 발붙인다. 아쉽게도 그가 속한 팀은 해체됐지만, 덕분에 얻은 경험들로 배우로서 더 높은 미래를 얻게 됐다. 어머니를 향한 김세정의 헌정 노래 '꽃길' 속 "젊고 아름다운 당신의 계절 여길 봐 예쁘게 피었으니까"라는 가사처럼, 자신을 잘 피운 꽃이라 일컫는 김세정의 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베스트 클릭

  1. 1 "개그맨들에게 폭력·따돌림 당해"…'뜬금 은퇴→해외행' 천수정 폭로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비 와서 라운드 취소"…4시간 걸려도 직접 와서 취소하라는 골프장
  4. 4 유명 사업가, 독주 먹여 성범죄→임신까지 했는데…드러난 '충격' 실체
  5. 5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꼭꼭 숨긴 자산 추적…추징금 122억 전액 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