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12일: "군대를 배치하는 건 전적으로 내부 문제다. 우린 침략자가 아니다."
▶2021년 12월23일: "나토의 위협을 막으려고 국경에 병력을 보낸 것이다."
▶2022년 1월18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전혀 없다."
▶2022년 2월15일: "러시아는 전쟁 아닌 협상을 원한다. 벨라루스에 있는 병력은 복귀 중이다."
▶2022년 2월24일: "우크라이나 점령 계획이 없다. 침공 작전의 유일한 목표는 주민 보호다."
▶2022년 3월6일: "민간인들의 대피를 허용하려고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멈췄다."
▶2022년 3월7일: "징집병은 전투에 배치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4개월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전한 주요 발언들이다. 미국이 국제사회에 다급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동안 푸틴이 내뱉은 이 말들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러시아 국민들에게 한 약속도 무참히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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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원치 않는다더니"…열흘도 안돼 기습침공━
이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관계가 없으며 침공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경에 병력을 늘린 이유는 계속 달라졌다. 처음엔 국가 내부의 문제라고 잡아 뗐다가, 한 달 뒤엔 나토의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5일 기자들을 불러 모은 푸틴 대통령은 돌연 "전쟁이 아닌 협상을 원한다"고 밝혀 국제사회의 경계감을 누그러뜨렸다. 벨라루스와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마친 병력이 부대로 복귀하고 있다며 영상까지 공개했다. 이날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2월16일)로 예측한 하루 전날이었다. 주요국 증시가 급등하는 등 안도감이 확산됐다.
벨라루스에서 철수하겠다던 군대는 그대로 남았고,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주요 은행 웹사이트를 해킹하는 사이버전을 편 사실도 확인됐다. 국제사회에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을 쌓으려고 상대방이 먼저 공격한 것처럼 조작하는 기만 수법인 '가짜 깃발작전(fales flag operation)'도 난무했다. 침공을 감행하기 수개월 전부터 우크라이나에 용병 300명을 들여 보내 교란작전을 벌인 정황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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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보호한다더니"…어린이병원·학교 무차별 폭격━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경 3면(북·동·남)을 거침없이 넘어선 러시아군은 무차별 폭격을 17일째 이어가고 있다. 체르노빌·자포리자 등 대규모 원전 시설을 장악했고, 항구도시를 손에 넣으려고 쉬지 않고 공격하고 있다. 전기와 교역을 끊어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민간인들이 밀집해 있는 아파트·병원·학교 등도 가리지 않고 파괴했다. 특히 최근 어린이병원과 산부인과 등을 포격해 여성·어린이 등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제사회 비판이 더 거세졌다. 푸틴이 무슨 짓을 할 지 예측이 불가능한 '매드맨(미치광이)' 전략을 펴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푸틴의 거짓말은 국제사회 뿐 아니라 러시아 국민들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전쟁에 동원된 징집병은 한 명도 없으며 앞으로도 징집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 7일에도 이 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전쟁인 줄 모르고 우크라이나 땅을 밟았다가 전사하거나 포로로 붙잡힌 어린 병사들이 속출하면서 러시아 내 여론이 악화하자 이 같이 대응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9일 러시아 국방부는 징집 사실을 인정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 없다던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제안한 모든 출구전략을 거부한 채 오히려 군사작전을 강화하고 있다"며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속 페달을 밟았고, 지금과 같은 끔찍한 길을 계속 걸어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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